소득격차 확대는 경기회복의 신호탄인가? 올 2ㆍ4분기 도시근로자 계층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 대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기회복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경제 양극화는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한 경기순환적 상황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ㆍ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가구 중 최상위 20%의 소득은 월 평균 589만9,300원으로 하위 20% 소득의 5.13배에 달했다. 2ㆍ4분기 기준으로는 5년 만에 가장 큰 격차다.
이 같은 양극화에 대해 우려가 쏟아지자 한 부총리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계층별 소득격차는 경기회복 초기에 벌어졌다가 회복이 진전되면 개선되는 패턴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기회복 초기에는 고소득층 소득이 중ㆍ하위층보다 먼저 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있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한 부총리는 “경기 회복기였던 2001년에도 2ㆍ4분기까지 소득격차가 확대됐으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소득격차 및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한 조견표를 ‘증거’로 내놓았다.
그는 “최상위ㆍ하위 20%의 소득을 단순이 나눠 얻어지는 ‘5분위 배율’은 소득분배 상황에 대한 매우 단편적인 지표”라며 “총체적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9년까지 악화하다가 2001년 이후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경기회복 초기에 일시적으로 소득격차 확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현 상황을 이 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 사무국장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소득격차 확대는 전세계적이고 장기적인 현상”이라며 “경기순환적 요인이 아닌, 정보기술(IT) 중심으로 전환되는 산업구조적 측면이 경기 양극화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강두용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격차 확대 폭은 1980년대 이후 가장 크다”며 소득격차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노동소득 비율(임금소득과 개인영업소득이 총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제시했다.
강 위원은 “1990년대 평균과 2004년 노동소득 비율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노동소득 비율이 11.6% 줄어듦에 따라 소비성향이 7.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소득격차가 전체 소비악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분배문제 자체를 해결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나는데 결정적인 장애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경제학자는 “현 상황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며, 따라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고소득층의 소비 증가가 중ㆍ하위층이 아닌 해외로 흡수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정부의 또 다른 분석에 대해 이 학자는 “해외 소비 비중이 경기 양극화를 부추길 만큼 크지는 않고 가계소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고용을 양적ㆍ질적으로 늘려가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함에도 정부는 엉뚱한 진단만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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