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저희 은행에 맡겨 주시죠. 금리도 다른 데 보다 잘 맞춰 드릴게요.”(A은행 지점장)
“조건이 만족스럽긴 한데 다른 증권사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PF를 하겠다고 제안해 와서요. 비교해 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B건설사 임원)
넘쳐 나는 돈을 마땅히 굴릴 데가 없어 고민 중인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개발사업 PF시장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은행이 개발사업 PF를 도맡아 왔으나, 최근 증권사들이 유망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PF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6월말 현재 2조3,63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조1,497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2배나 커졌다. 매달 약 2,000억원씩 펀드로 유입되고 있어 3ㆍ4분기 말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복잡한 PF절차와 까다로운 대출 조건 탓에 금융권의 돈을 빌려 쓰기가 쉽지 않았던 중견 건설회사들도 올 초부터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회사를 골라 돈을 빌려 쓸 정도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금융회사간 PF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자율도 크게 내렸다. 회사와 사업장별로 금리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 초 연 평균 8~10%에 달하던 PF 금리가 최근 6.5~8%대까지 떨어졌다.
우림건설 개발사업본부 강명규 전무는 “지난해만 해도 신규 프로젝트 수주 때 PF를 해 줄 금융회사를 찾아 다니느라 고생했지만, 올해는 은행 지점장들에게서 PF를 해주겠다는 전화를 수시로 받고 있다”며 “PF금리도 지난해 9~10%대에서 올해 6.5~7.5%대로 조정돼 사업 여건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했다.
월드건설 영업본부 조영호 이사도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는 금융회사들이 수익성 좋은 부동산 개발사업을 찾아 PF시장에 대거 뛰어들면서 지난해보다 1%포인트 가량 떨어진 연 7.5% 금리의 PF자금을 쓸 수 있게 됐다”며 “특히 신규사업 수주가 많은 중견 건설회사들이 혜택을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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