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안기부 특수도청조직 ‘미림’ 팀장 공운영(58)씨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공씨의 변호인을 통해 공씨의 불법도청 및 자료 유출 과정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미림팀의 도청 테이프 수는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8,000개에 훨씬 못 미치며, 공씨는 테이프와 녹취록을 유출해 보관하면서도 이를 ‘괴물 덩어리’로 생각하는 등 상당한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씨 변호인인 서성건 변호사는 3일 “도청 요원 한 명이 도청 후 이를 정리해 녹취록으로 풀어 쓰는 작업을 하려면 하루에 도청 테이프 한 개를 처리하기도 힘들었다고 한다”며 “도청 활동을 중간에 한두 달씩 쉴 때도 있어 전체 도청테이프 내용은 274개의 3배(약 820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공씨는 수시로 부하직원을 시켜 도청테이프를 소각했고, 1997년 대선 직후 남아 있는 274개(국정원 회수 기준 261개)의 도청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빼냈다”고 전했다.
공씨는 소각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는 않았고, 소각된 테이프의 내용은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소각한 자료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공씨는 이후 98년 11년 대기발령이 나자 위기감을 느끼고 도청테이프 복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공씨가 중요한 정보를 접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항상 위기의식을 느껴왔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공씨는 도청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복사기를 사 집안에 들여놓고 3,000여 장에 달하는 녹취록을 일일이 복사했다. 서 변호사는 “이를 본 공씨 아이들이 아버지가 뭘 하는지 의아하게 여길 정도였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공씨가 보관 중인 도청자료를 ‘괴물 덩어리’로 여기며 ‘꼴도 보기 싫다’고 하는 등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며 “아마도 스스로의 방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도청 내용이 당시 누구에게까지 보고됐는지에 대해 공씨에게서 들었지만, 국정원 등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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