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치안서비스 차별까지 당하며 살아야 합니까.”
충남의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4일 입법 예고된 자치경찰법안을 살펴보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법안은 2007년부터 각 기초자치단체가 주민 치안의 향상을 원할 경우 자체 예산을 들여 자치경찰대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자치단체가 담당해온 단속업무를 자치경찰이 맡고 지역의 특성에 맞게 치안인력을 전문화할 수 있도록 해 겉보기에는 자치의 기본이념과 어울리는 제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보면 자치경찰이 자칫 또 다른 종류의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소지가 역력하다. 정부의 충분한 예산지원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많은 가난한 자치단체들에게 자치경찰대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구 51만 명을 돌파한 천안시는 이 달말 입주할 예정인 신청사에 벌써부터 자치경찰을 위한 독립 공간 확보에 착수하는 등 자치경찰 도입을 적극 반기고 있다. 부산진구도 서면 지역의 효율적인 단속을 위한 자치경찰대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며 반색이다.
이와 달리 괴산군 등 충북 9개 군은 자치경찰 시범실시 신청을 아예 처음부터 포기했다. 역시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과 강원의 대부분 기초단체들도 자치경찰 도입이 못마땅하다는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가 설치한 CCTV 덕분에 범죄발생이 줄었다는 강남의 자랑을 들으며 강북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개인은 내가 내돈 낼 만큼 내고 재정이 튼튼한 지자체에 살고 있는 덕분이라고 말한다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할 기본적 치안서비스에서도 편차가 생긴다면 속상할 국민도 많을 것이다. 자치경찰제가 최소한 이 같은 불평등을 부추기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양홍주 사회부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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