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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휴가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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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 "휴가갈 틈이 없다"

입력
2005.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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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들이 여름 휴가도 잊은 채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어 휴가는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게 각 그룹 비서실의 설명이다. 특히 상반기 이익이 급감하자 총수들은 현장에서 분위기를 추스르며 정공법으로 위기 돌파를 꾀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했다. 선진제품 비교전시회(18~29일)에 참석, 관계자를 격려한 것. 이 회장은 이날 “디자인이나 브랜드 등의 소프트 경쟁력 강화를 통해 삼성을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시회는 1993년 이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며 선진 제품과의 차이를 한 눈에 비교하기 위해 시작된 행사다. 업계에선 이 회장의 수원사업장 방문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그룹 안팎의 동요를 막고 그룹 임직원들에게 심기일전해 줄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미래사업 발굴 및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를 위한 구상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휴가는 커녕 토요일도 오전6시30분에 출근, 업무를 직접 챙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여름 휴가철이라고 다른 나라 고객에게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정 회장의 신조. 울산 공장 등이 전체 휴무에 들어간 이번 주도 매일 서울 양재동 본사로 나와 해외 영업상황 등을 점검하며 분주히 보내고 있다.

23~24일에는 제주 해비치리조트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 현대ㆍ기아차그룹의 미래와 인재경영 방침 등에 대해 신입사원들과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도 지난달 신입 사원 해병대 극기훈련 체험 행사에 참가한 것으로 여름 휴가를 갈음했다.

통상 집에서 3~4일 여름 휴가를 지내던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올해는 특별한 계획 없이 하반기 경영전략 수립에 몰두하고 있다. 이 달 하순에는 경기 이천시의 LG인화원에서 열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전략회의’에 참석한다.

구 회장은 최근 LS그룹과 GS그룹을 계열 분리한 이후 LG그룹의 외형이 크게 축소된 데다가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상반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특히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도 지금까지 여름 휴가를 간 적이 없다. 올 해는 잠재적 위협이었던 소버린이 최근 철수하면서 경영권 불안에서 벗어나게 돼 현안 및 미래 사업 가시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엔 울산의 SK㈜와 SK케미칼 사업장도 방문했다.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도 지난 주 토요일 대한상공회의소 청사 재건축 공사 현장을 예고 없이 방문하는 등 주말도 잊은 채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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