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중문화계의 화두 중 하나는 ‘초딩’이다. 초딩은 초등학생의 준말로, 아직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등을 통해 다량의 정보를 습득해 말과 행동은 어른들을 흉내내는 아이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느냐,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느냐에 신경 써야 한다. 초등학생들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야동’(야한 동영상)을 구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초등학생이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욕설을 내뱉고 다니는 ‘초딩’으로 변할 수도 있다.
MBC ‘음악캠프’에서 펑크 밴드 카우치 멤버들이 저지른 행동을 보면서 딱 초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 전 밴드 삐삐롱스타킹이 음악 프로그램에서 카메라에 침을 뱉은 행동 역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 때는 그래도 지상파 TV가 아니면 인디 음악을 홍보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점점 10대 위주의 음악만을 선호하며 음악시장을 획일화 시킨 당시 음악 프로그램에 대한 야유라는 ‘명분’이나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TV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 가수들이 오히려 음반 판매량이 더 많고,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럭스나 카우치 같은 밴드의 정보를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해외의 과격한 록 밴드의 공연이건, 예전이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주장을 담은 글이건, 이제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중문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지상파 TV는 콘텐츠의 독점적인 공급원이 아니라 전 국민이 어느 정도 합의하고 시청할 수 있는 선을 제시하는 매체다.
그런데 이 매체에서 누군가가 ‘야동’을 상영했다면, 그게 초딩의 행동과 다를 게 뭐 있을까. 그들은 모든 이들이 지상파 TV에서 당연히 ‘안’ 하는 행동을, 남들은 ‘못’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 듯 천연덕스럽게 저질렀다. 그건 충격적이거나 새로운 게 아니라, 불쾌할 뿐이다. 그리고 촌스럽다.
시대는 이미 메이저와 인디, 지상파 TV와 그 외 매체간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는데, 이들의 인식에는 ‘멋진 펑크 밴드’와 ‘조롱 당해야 할 지상파 TV와 10대 팬들’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멋진 행동이 아니라 ‘퇴폐 공연 블랙리스트’를 작성하자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발언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다. 나는 그게 정말 걱정스럽다.
10년 전의 인디 밴드는 저항, 진보, 대안과 같은 단어를 함축했다. 그런데 인디 내에서도 지극히 적은 지분을 가진 이 밴드 하나 때문에, 2005년의 인디 음악은 ‘치기 어린’, ‘개념 없는’ 같은 말들로 싸잡아 매도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본 어린 학생들은 인디 밴드를 그렇게 기억하며 자랄 수 있다. 하긴, 그런 걸 생각했다면 ‘초딩’이 아니겠지만. 그들이 지금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깨달았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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