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국 9대 에너지기업 유노칼 인수를 포기한다고 2일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사회에서 ‘중국에 먹힌다’는 신황화론으로 번진 유노칼 인수전은 미 기업 쉐브론의 승리로 끝났다.
쉐브론보다 10억 달러나 높은 액수를 제시한 CNOOC의 인수좌절은 안보논리를 앞세운 미국의 전방위 방해에 기인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반칙경기’라고 미국을 비판했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CNOOC는 반중국 정서의 희생양”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미국 기업사냥 실패는 지난달 중국 최대 가전기업 하이얼의 메이텍 인수실패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8개월에 걸친 유노칼 인수전은 기업 차원을 넘어 중국과 미국의 국가전략과 이해관계가 충돌한 ‘사건’이다. 미국의 ‘노(NO)’에 반발,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등 후유증도 우려된다.
초반전은 CNOOC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중반에 방심한 CNOOC가 유노칼의 인수가 제시 시한을 넘기는 전술적 실수를 범하자 쉐브론은 기다렸다는 듯 인수가를 전격 공개하며 뒤집기에 나섰다. 이때부터 CNOOC의 인수전은 ‘보물선 작전’으로 명명돼 중국 정부의 조직적 지원아래 전개됐다. 인수가도 쉐브론보다 많은 185억 달러가 제시됐다.
중국이 미 주요언론에 대량 광고공세를 펴자 쉐브론도 역공을 가해왔다.
급기야 미 의회가 나섰다. 쉐브론과 미 의회가 ‘에너지 안보론’으로 뭉친 것이다.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반론에도 불구, 이 문제는 중국 견제론으로 확대되며 1980년대 일본의 ‘자본공습’에 버금가는 논란으로 커져갔다. 미 의회는 CNOOC의 유노칼 인수시, 정부기관의 타당성 조사를 별도로 받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켜 방어막을 한껏 높였다.
의회와 싸움이 벌어지자 CNOOC는 인수포기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방해’를 앞세웠다. 한 중국관리는 “정치가 더 큰 위협”이라며 미국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승자인 쉐브론의 인수안은 10일 유노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이다.
쉐브론의 승리는 의회를 비롯한 미 보수진영의 중국견제론이 승리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의 보호주의와, 경제논리를 넘어선 에너지 주권 우선론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최근 “세계가 주시한다”며 “미국이 보호주의로 선회하면 그 위상을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미국은 중국의 보복 등 부메랑 효과를 걱정해야 한다. 중국은 같은 논리로 항공기, 발전기 등 대형프로젝트의 구매선 변경 등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제를 넘어 양국간 안보문제 대립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대립하는 산유국에 접근, 에너지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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