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쌀의 국내 시판 등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농산물시장 개방 폭이 급격히 확대되는 가운데,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식생활 서구화와 농산물시장 개방확대의 결과이지만, 같은 입장인 일본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도는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2일 농림부와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르면 9월중 식량자급률 목표치 발표를 위해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년 우리나라의 칼로리 자급률은 44.9%로 추정됐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것이다.
특정국가의 식량자급도를 표시하는 대표적 지표인 칼로리 자급률은 국산 및 수입 식품을 통해 국민이 섭취한 칼로리(열량) 중 국산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칼로리 자급률은 1970년(79.5%)이후 줄곧 하락하다가 2000~2002년에는 49%대의 마지노선을 지켜왔다. 그러다가 한 해 사이에 전년에 비해 무려 4.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2003년부터 식생활의 서구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중국 등지에서 농산물 수입이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심각한 것은 식량자급률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사실이다. 식량안보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식량자급도에 관한 국제적 기준은 없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과 함께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일본의 경우 1999년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했다. 일본은 식량안보와 농촌사회 유지 등에 필요한 자급률 목표치를 칼로리 기준으로는 45%, 곡물소비량(사료용 포함) 기준으로는 30%로 설정했다.
일본 기준을 따를 경우 우리나라는 2002년까지만 해도 식량안보가 그나마 최저선에서 유지됐으나 2003년 이후 위험수위로 떨어진 셈이다. 2002년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칼로리 기준 49.6%, 곡물 기준 30.4%였다. 농림부 관계자는 “일본은 2002년 현재 칼로리 기준으로 40%, 곡물 기준으로 24%에 머물고 있는 자급률을 2010년까지 목표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농촌경제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식량자급률 목표치 설정을 위한 연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반도에 상존하는 안보불안, 대북 식량지원 등 각종 요인과 변수를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의 자급률 목표치는 일본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03년 현재 식품별 자급률이 100%를 넘는 것은 해조류(141.5%)와 계란류(100%) 두 가지에 불과하다. 콩(7.3%) 등 두류의 자급률은 8.2%에 불과했으며, 쌀(90.3%) 보리(49.8%) 밀(0.3%) 옥수수(0.8%) 등 곡물류 자급률은 27.7%에 그쳤다. 어패류(61.8%) 우유류(81.2%) 육류(81.2%) 과실류(85.0%) 등 주요 식품의 자급률도 90%에 미치지 못했으며, 쇠고기와 닭고기의 자급률은 각각 36.3%와 76.7%에 머물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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