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1일 존 볼튼 전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의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임명을 강행, 유엔과의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선언했다.
의회가 휴회에 들어간 날 논란 많은 볼튼 대사의 유엔 출근길을 터 준 부시 대통령의 선택은 즉각 민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하지만 ‘휴회 중 대사 임명권’행사에 대한 국내의 반발이 거세질수록 부시 대통령이 유엔에 보내는 메시지는 더욱 명료해진다. 의회의 인준을 받지 못한 ‘반쪽 대사’를 보내서라도 유엔 개혁을 늦출 수 없다는 뜻이 그의 선택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의 와중에, 유엔 개혁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6개월이나 공석인 유엔 대사직을 더 이상 비울 수 없어 헌법의 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볼튼 대사는 109차 미 의회 회기가 끝나는 2007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엔 대사직을 수행하게 됐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일단 볼튼의 유엔 착지를 환영했다. 그러나 아난 총장은 “유엔 대사는 다른 190개 유엔 회원국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유엔의 행동이 취해지기 위해서는 그들 중 다수가 확신을 가져야만 한다”고 뼈있는 충고를 보탰다.
아난 총장의 충고는 미국이 유엔 개혁을 빌미로 유엔을 구미에 맞게 바꾸려 한다는 다른 회원국들의 경계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에서 이라크 전쟁 결의안이 저지되고 리비아 수단 쿠바 같은 국가들이 유엔 인권위에서 다른 국가들의 인권을 재단하는 일 등을 성토해왔다. 유엔 관계자들은 유엔의 예산과 행정을 개혁하고 부패척결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미국이 독주할 경우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민주당은 격앙된 분위기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이 조치는 유엔에서의 미국의 목표를 확보하기 위한 볼튼의 적격성과 권능을 감소시키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5주간의 휴회를 이용해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인준을 거쳐야 하는 헌법 요건을 피해가려는 정도를 벗어난 조치이자, 볼튼의 신뢰성을 둘러싼 흑막을 더욱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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