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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폭격 참상 담은 전시회 여는 이라크 화가/ "화폭은 바그다드의 꿈 담는 내 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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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폭격 참상 담은 전시회 여는 이라크 화가/ "화폭은 바그다드의 꿈 담는 내 피난처"

입력
2005.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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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같기도 하고 불사조 같기도 하다. 붓 터치에는 힘이 넘치고 파랑 빨강 노랑의 어우러짐은 바다 같기도 하늘 같기도 하고 태양 같기도 하다. 높이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아니 솟아 오르려고 한다. 불사조는 자기 몸이 타고 남은 재에서 다시 부활해 날아 오르는 새다. 하늘을 향해 안간힘을 쓰면서, 저 깊은 심연에서 수면 위로 솟아 오르기를 꿈꾸면서 숨을 참고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추상화 ‘자유’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이다. 1999년에 이 그림을 그린 이라크 청년 화가 에삼 파샤(29)씨에 ABC 방송, CNN 방송, 뉴욕 뉴스데이를 비롯한 미국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인도 “80~88년 이란_이라크전, 91년 걸프전, 2003년 미국의 침공, 현재의 소요에 이르기까지 이라크의 현실 전체가 제 작품의 배경이자 영감의 근원입니다”라고 말하듯이 그의 작품은 죽음과 공포와 파괴와 슬픔을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는 이라크를 그리고 있다.

AP 통신은 3년 가까이 틈틈이 계속해 온 인터뷰를 정리한 7월 30일자 기사에서 “파샤씨에게 예술은 전쟁의 피난처”라고 썼다. “바그다드는 정말 황폐한 땅이 됐지요. 경찰과 미군들만 밤거리를 활보합니다. 전쟁의 시대, 우리의 희망은 관 속에 정체돼 있습니다. 하지만 꿈과 이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 동시에 잔인한 현실에 경종을 울려줍니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는 동시대인의 절규다.

그가 서방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미국의 유명한 미술상 피터 포크씨가 ‘왁스의 눈물’을 사들이면서부터였다. 왁스 크레용으로 그린 추상화였다. 포크씨는 그 스타일이 물감에 뜨거운 밀랍용액을 섞어 쓰는 납화법(蠟畵法)과 유사한 데 주목했다. 납화법은 이라크인의 선조인 바빌로니아인들의 고전적인 태크닉이다. 그래서 평론가들은 아직 성숙미는 좀 부족하지만 장래가 유망하다는 데 다들 동의한다.

파샤 화백은 10대 때는 입에 풀칠을 하려고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미장일 등을 했다. 그러면서도 대학에서 행정학 학사를 땄고 유도 선수로 전국 챔피언이 된 적도 있다. 미군 진주 이후에는 외국 특파원, 미군, 외국 대사관 통역일 등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미술상 포크씨의 초청으로 뉴욕 맨해튼에 머물면서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다른 이라크 화가들과 함께 하는 공동전으로 제목은 ‘재(폐허)에서 예술로_이라크의 불사조’. 그래서 마냥 설렌다. 1998년에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미술센터 등에서 이라크 현대 미술전의 일환으로 그의 작품이 포함된 적은 있지만 직접 외국에 나와 자기 전시회를 보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 점에 150달러(약 15만원)만 받아도 좋겠어요. 그럼 몇 달은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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