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 회담이 일주일 째 계속되고 있다. 새롭게 제기된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바심이 날 만하다. 그러나 회담이 길게 이어지는 데서는 견해나 입장의 차이만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된 자세와 의지를 읽을 수도 있다. 그것은 다행이다. 6개국은 현재 회담의 잠정 매듭을 앞둔 공동문건 내용 조정에 매달려 있다. 핵심 본안에서의 결정적 의견접근을 단기간에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 공동문건은 중요하다. 본안 해결의 기본구도를 보여주고, 다음 회담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공동문안을 둘러싼 현재의 줄다리기가 본안 협상의 축소판 형태를 띠어 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핵 폐기 원칙의 확인과 실질적 폐기 절차가 북한쪽에 있다면 그 반대쪽에는 대북 지원과 안전보장, 대북 국교정상화 등이 있다. 양자의 안정적 교환이 이뤄지려면 교환 순서와 방식을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양측이 여러 가지를 동시에, 또는 순서대로 교환할 때의 규칙을 100% 합의하기란 불가능하다. 결국 상대에 대한 신뢰가 문제이며, 그런 신뢰는 상대방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에서 싹튼다는 점에서 참가국들의 금도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공동문건이 19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전거로 삼게 되리라는 관측에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높은 이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상에 그친 나머지 완전히 사문화한 실정이다. 애초의 이상과 취지를 크게 넘은 현실의 북한 핵 문제에 들이대기에는 적절한 잣대가 아니다. 6개국 모두 그저 회담을 했다는 형식적 요건의 충족을 위해 이 더위에 땀 흘리고 있는 게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더 구체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문제 해결에 강한 의욕을 밝혀 온 한국 정부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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