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현상 유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금과 같은 보수적인 투자 추세가 계속되면 기업들의 미래 생존력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삼성경제연구소가 1일 내놓은 ‘최근 설비투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999~2004년 설비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3.5%로 1970~1984년 15.7%, 1985~1996년 11.5%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제규모 대비 설비투자 수준도 1997~1998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설비투자의 증가 속도가 저하된 것은 기업들의 자신감 부족, 새로운 사업 기회의 부재, 해외투자 확대 등에 기인했다”고 분석한 뒤 “현재 투자 수준은 과소 투자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투명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미래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적극적인 투자보다 현금 보유를 선호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또 “올 들어 소비 회복세는 가시화하고 있지만 설비투자는 아직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에 집행된 투자 중 45.7%가 기존 설비 개ㆍ보수이고 신규설비 투자는 25.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편 대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 전망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8월 BSI 전망치는 91.7로 7월(96.5)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BSI 전망치는 3월부터 4개월 연속 100을 넘는 호조를 유지했으나 7월에 100을 밑돌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BSI가 100을 넘으면 해당 월의 경기가 전월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은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경련은 “고유가 및 환율 불안의 지속과 소비심리 회복 지연, 노사관계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기회복의 어려움을 예상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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