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영국에서 날아든 장정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소식은 짜증스러운 국내 정치ㆍ사회적 상황과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낭보였다. 장정은 영국 사우스포트의 로열버크데일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에서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컵을 안았다. 외신들은 그의 우승을 ‘더블 쿠데타(Double coup)’로 표현했다. 2000년 LPGA 데뷔 이래 한번도 우승한 적이 없는 단신(152cm)의 무명선수가 생애 첫 우승과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한꺼번에 거머쥔 것을 두고 내린 평가다.
골프의 본고장 영국 사람들이 4라운드 내내 선두를 빼앗기지 않고 달성한 그의 우승을 ‘경이적(amazing)’으로 받아들인 것은 당연했다. LPGA에서 몇 차례 준우승을 차지해 언젠가 한번은 우승할 것으로는 지목됐지만 세계 강호들이 총출전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키가 ‘슈퍼땅콩’김미현(154cm)보다 작아 ‘울트라슈퍼땅콩’이란 별명을 듣는 ‘JJ(장정의 영문이니셜을 딴 애칭)’에 대한 관심은 단신의 핸디캡으로 LPGA에서 버텨내는 것이 놀랍다는 정도였다.
골프채에 휘둘릴 것 같은 단신으로 북해에서 몰아치는 비바람,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과 2000년 이대회 우승자 소피 구스타프손 등 스웨덴의 여자바이킹 틈 속에서 거둔 장정의 승리는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다. 특히 최대의 적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골프철학을 철저하게 실천, 대회 내내 경쟁자의 플레이에 흔들리지 않고 코스에 조화하며 평정을 잃지 않는 위대함을 보였다.
당당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장정과 선전한 위성미와 김영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장정의 우승이 혼란에 빠진 우리 사회에 문제해결의 키워드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 깨달음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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