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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사건, 막 불붙던 인디문화에 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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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 사건, 막 불붙던 인디문화에 찬물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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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발생한 펑크밴드 ‘카우치’ 노출사건이 불러온 파장으로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참신한 음악으로 주류 대중음악계에 끊임 없이 자극이 되어 온 인디밴드와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장으로 기능해 온 홍대 앞 클럽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찬바람을 맞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문제를 일으킨 ‘카우치’에 대해 가장 격렬하게 비난하는 이들도 홍대 앞 인디밴드들이다. 이들은 “카우치가 우리에게 핵폭탄을 던져 놓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주류 비주류 문화를 뒤섞어 다양성이 공존하는 문화를 선보이려던 시도도 일순간 철퇴를 맞은 셈이 됐다. 물의를 일으킨 무대는 ‘음악캠프’가 실력 있는 인디밴드를 소개하자는 취지로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이 노래 좋은가요’ 코너다.

상업적인 음악에만 치중한다는 비난을 받아온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이 드디어 비주류 음악에도 무대를 개방했다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음악캠프’ 프로그램 자체의 폐지마저 고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상파 방송으로 대표되는 주류 문화의 비주류 문화에 대해 적대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요계는 이번 사건이 홍대 앞 문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600여 개 인디밴드 중 하나일 뿐인 ‘카우치’를 인디밴드를 대표하는 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클럽문화협회 조시영씨는 “홍대 앞은 재즈, 록, 펑크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가 혼재하는 곳이고 ‘카우치’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게다가 보편적인 밴드도 아닌 유독 튀는 한 밴드 때문에 홍대가 퇴폐 문화의 온상으로 매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인디문화가 내포하고 있던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주류문화에 대한 안티적 성격을 부각시켜 인디문화가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류에 대한 지나친 반발심이 결국 인디의 발목을 잡게 됐다는 평가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자해’라는 말로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인디밴드가 최소한의 윤리와 덕목을 지키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린치를 가했다. 이는 결국 자해 행위라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생존방식을 찾지 못한 비주류 문화 인디가 지상파에 진출했으나, 문법의 극단적인 충돌을 경험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인디밴드들의 모임인 라이브음악발전협의회는 1일 대책회의를 가진 데 이어, 오늘(2일) 오전 11시 공동 성명서를 통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여파로 인해 당분간 인디문화 전반이 크게 위축될 것 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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