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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고시생'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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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고시생' 봇물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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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의원 보좌관 K씨는 최근 지방의원 유급화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주변에 공식적으로 고향에서 기초의회 의원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오래 전부터 정계 진출을 꿈꿔온 K씨는 사실 지방의원 출마를 예전부터 생각해 왔지만 명예직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지냈다. 하지만 지방의원이 유급화로 ‘정계 진출과 고수익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으로 부상하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선거고시’ 신조어까지

지방의원 유급화가 결정되자 ‘선거고시’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국가고시를 통해 5급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봉급을 받으며 국회 진출의 발판으로도 삼을 수 있는 지방의원이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5,000만~6,000만원, 광역의원은 6,000만~8,000만원까지 받게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따라 내년 지방의회 선거 때는 2002년 출마자 1만7,000여명의 3배 이상 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관측할 정도다.

특히 국회 보좌진들의 ‘동요’가 가장 크다. 국회의원을 대신해 지역구 관리를 맡는 보좌관들을 중심으로 많은 수가 지방의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각 당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와 지방 당직자 등도 상당수가 준비중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한나라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구의원이 되면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등에 관한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의 한나라당 소속 한 의원은 “동장, 면장들이 지방의회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소속 한 광역의원은 “분당에서 M&A 전문가로 활동하는 후배가 도의원 출마를 선언했다”며 “유급제로 생활이 보장되면 소신있는 인물들의 지방의회 진입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너도 나도 “입당하고 보자”

부산 지역의 경우 벌써부터 각계각층의 인재들이 뜨거운 물밑 공천 경쟁에 돌입했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Y씨, 경찰간부 출신 K씨, 부산시 간부 출신 K씨 등 10여명의 인사는 이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공천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무성할 정도로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움직임이 강렬하게 감지되고 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에는 지방의원 후보 경선에 나서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매월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신청자가 크게 몰리고 있다. 진해의 경우 한나라당 공천으로 기초의원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 신인 20여명이 책임당원으로 입당했고, 밀양 창녕 마산 등지에서도 전문직 혹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10여명이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선거일정과 공천 절차에 관한 문의가 각 지구당으로 쇄도하고 있다”며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으나 최소 600명 이상의 신인들이 광역ㆍ기초의원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 전남 지역에서도 대학교수를 꿈꾸던 40대의 석ㆍ박사들과 대기업에서 구조조정된 50대 간부 출신, 언론인 등 다양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의회 ‘노크’가 이어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광주시당에는 최근 2만명의 입당원서가 접수됐고 전남도당에도 1만여명의 원서가 답지했다. 민주당의 경우도 3만여 장의 입당원서가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에서 지방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중인 S씨는 “지방의원은 지역민에게 봉사해야 하는데 그동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서지 못했지만 유급화도 됐고 하니 이제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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