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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씨 애타는 父情/ "유전자 검사로 만날때까지 아이 살아 있기만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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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씨 애타는 父情/ "유전자 검사로 만날때까지 아이 살아 있기만 바랄뿐"

입력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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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이 얼굴을 꿈에서 매일 봐요. 애가 울며 나타난 날엔 잠결에도 울음이 나옵디다.”

지난해 9월19일 집 앞에서 놀던 정선(6ㆍ여)이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만 해도 아버지 우광훈(34ㆍ가구판매업)씨는 고통의 시간이 이렇게 오래 가리라곤 짐작조차 못했다.

이 달이 지나면 정선이도 실종 1년이 넘는 장기미아로 분류되는데 생계까지 내팽개치고 사방팔방을 찾아 다녔지만 우씨는 아직 아이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우씨는 “애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나쁜 상상을 할 때면 차라리 내가 죽고 싶어진다”면서 울먹였다.

이혼한 후 생계를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해야 했던 우씨는 정선이와 동생 예원(3ㆍ여)이를 경기 광주시 경안동에서 순대국집을 하는 큰 형과 어머니에게 맡겼다. 일요일이었던 그날 오전 정선이는 낮잠 자는 동생을 집안에 남겨두고 가게 앞에 혼자 나가 자전거를 타며 놀고 있었다.

오후 1시 넘어서 부터 정선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어디서 놀고 있겠거니’ 싶어 기다리다가 7시가 넘어서야 ‘정선이가 없어졌다’며 우씨에게 연락을 해왔다. 지옥 같은 날들의 시작이었다.

주변에 수소문해보니 정선이가 사라지기 직전 가게에 자주 들르던 어떤 아저씨와 함께 놀고 있었다는 목격자가 나왔다. 우씨는 동네를 샅샅이 뒤져 3일 만에 그 남자를 찾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한 수사 결과는 무혐의였다.

혹시 길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아이를 누군가 보호시설에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직장도 그만 두고 광주, 나주, 일산 등 닥치는 대로 아동보호시설을 찾아 다녔지만 역시 소득이 없었다. 아이 사진이 붙은 전단지도 수천 장 배포했고, 미아찾기 방송에도 나가봤지만 들어오는 제보마다 번번이 허탕이었다.

우씨가 실낱 같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12월1일 시행되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안이 시행되면 모든 실종아동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고 하니 오로지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살아만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우씨는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와 길거리 등에서 서명 운동을 벌였고, 지난해엔 부산까지 내려가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가족들 스스로 아이를 찾아 다니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미아찾기가 실효를 얻으려면 무엇보다도 경찰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아 전담반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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