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쇳대박물관(Lock Museum)이란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새를 얹은 장대인 ‘솟대’가 아니라 열쇠를 뜻하는 ‘쇳대’다. 평생을 철물점 점원으로 일한 끝에 서울 강남에 ‘최가 철물점’을 연 최홍규(49)씨가 전재산을 털어 2003년 11월 개관한 작은 박물관이다. 30년 이상 다루고 모아온 옛 열쇠와 열쇠패 3,000여점이 전시돼 있는 귀중한 생활사 학습장이다.
요즘 이 쇳대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생활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 문양전: 흙, 나무, 쇠, 천’ 제목이 붙여진 이번 전시회에서는 말 그대로 조선시대 생활 속의 문양 380여 점을 볼 수 있다. 소박하고 거친 삶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여유, 해학을 잃지 않았던 옛 어른들의 마음을 바로 곁에서처럼 느낄 수 있다.
문양들은 떡에 모양을 내기위한 떡살, 상과 쟁반의 기능을 두루 했던 소반, 가구에 쓰임새와 장식을 위해 달던 장석, 베개 장쪽 끝에 붙이는 꾸밈새 베갯모 등 생활용품별로 분류, 정리돼 이해를 돕는다. 알고 보면 이들 문양에는 다 예사롭지 않은 의미가 담겨있다.
떡살만 해도 그렇다. 흔하기도 해서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바퀴문양은 사실은 태양, 우주, 세계라는 대단한 뜻을 품고 있다. 불교의 영향으로 윤회(輪廻)를 상징하기도 한다. 주로 제사 떡 문양으로 자주 사용돼온 까닭이다. 그저 성의 없이 길게 찍어낸 것처럼 보이는 줄무늬도 사실은 오래 살라는 염원이 담긴 것이어서 회갑 떡에는 반드시 이 문양을 찍었다. 또 원앙은 부부금슬을 의미하는 결혼 떡에, 물고기나 파초는 기쁨을 의미하는 아기 백일 떡에 썼단다.
소반 중에서도 황해도 해주에서 생산되는 ‘해주반’은 납작한 판목으로 만든 다리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으로 유명했다. 전시회에 나온 해주반들에는 나무를 도려내 모양을 내는 투조 기법으로 화접문, 모란문, 모란당초문 등이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멋진 낭군을 만나게 해달라고, 자식을 많이 낳고 살게 해달라고 빌며 한땀한땀 마음을 담아 수놓은 베갯모 문양들도 뜻을 읽고 보니 재미나다.
전시물을 가만가만 들여다보면 조상들의 따뜻한 정서와 소박한 미감(美感)에 어느 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게 된다. 방학 맞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기회가 될 듯 싶다. 문양 전시는 8월30일까지. (02)766-6494.
조윤정 기자 yj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