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도중 남성 성기가 노출되는, 한국 방송사상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시청자들과 네티즌, 관련 학자들은 이번 일을 세계적으로도 유례 드믄 ‘방송테러’로 규정하고 엄격한 방송 사전사후 심의와 규제, 선정성 해소책 등 총체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30일 오후 4시15분께 MBC ‘음악캠프’에서 5인조 언더밴드 ‘럭스’의 공연 중 백댄서로 무대에 함께 선 인디밴드 ‘카우치’ 멤버 신모(27), 오모(20)씨가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한 장면이 2~3초간 생방송 됐다.
또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럭스의 멤버가 입고있는 장면도 방영됐다. 방송 후 MBC 본사와 홈페이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분노한 시청자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이 빗발쳤다. *관련기사 6면
MBC는 ‘카우치’의 두 멤버와 이들을 초청한 ‘럭스’의 리드보컬 원모(25)씨를 즉각 경찰에 고발하는 한편, 당일 저녁 ‘뉴스데스크’ 서두에 사과문을 발표하고, 31일에는 최문순 사장이 직접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재해 ‘음악캠프’의 방송중단과 관계자들의 인사위원회 회부를 결정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방송심의 규정상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로 지정된 시간대임에도 출연자들에게 생방송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고지가 없었고, 즉각적인 카메라 전환 등의 대응도 못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방송위원회도 1일 긴급 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나 가능한 조치가 사과, 해당 프로그램 중지, 편성책임자 징계 정도인데다 징계도 방송사 내규에 따르도록 돼 있어 어떤 결정을 하든 예방과 재발방지 효과는 미미하다. 과거에는 출연정지 등의 규제라도 가능했으나 2000년 통합방송법에서는 이 조항마저 삭제됐다.
미국의 경우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문제내용 방송사, 출연자나 진행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지난해 CBS의 미식축구 중계 도중 가수 재닛 잭슨의 젖가슴이 노출된 사건 후 미 하원은 방송사와 해당 출연자에 대한 벌금 상한선을 종전의 3만2,500달러, 1만1,000달러에서 각각 50만 달러(약 5억원)로 대폭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당시 CBS와 잭슨에게는 모두 55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앞서 KBS 시트콤에서는 뺨 맞는 시어머니 모습이 방영되는 등 최근 방송들의 표현 수위와 선정성은 한계수준을 넘었다. 법률적 규제와 함께 지나친 시청률 위주의 제작 편성 경향, 무분별하고 검증 안된 10대 취향의 맹목적 추종, 제작자들의 희박한 사회적 책임의식 등에 대한 전면적 점검과 대수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변동현 한국방송학회 회장(서강대 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방송사 자체심의는 물론 방송위원회 심의기능마저도 무력화한 한국방송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며 “방송의 책임성을 높일 법률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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