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수비수 김진규(20ㆍ일본 주빌로 이와타)가 27년을 이어온 공한증(恐韓症) 신화를 간신히 지켜냈다.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은 3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 동아시아선수권 개막전에서 후반 7분 중국의 순샹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27분 막내 수비수 김진규의 30㎙짜리 대포알 프리킥 골로 중국과 힘겹게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26경기 무패(15승11무)를 기록, 78년 이후 계속된 공한증(恐韓症)을 이어갔다. 본프레레호는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10승7무4패가 됐다.
박지성 등 해외파 없이 국내파만으로 이뤄진 본프레레호는 많은 문제점을 노정했다. 측면 크로스와 문전패스의 부정확, 골결정력 부재, 수비불안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드러났다.
특히 전반 초반에 1명, 후반 막판에 2명이 퇴장 당한 중국을 상대로 승리를 챙기지 못해 축구팬들로부터 “8명을 상대로 무승부에 머문 것은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페널티킥을 실축해 역전승을 기회를 날려버린 점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었다.
“공한증은 더 이상 없다”고 외쳐온 중국은 이천수 이동국 김진용을 스리톱으로 내세운 한국을 맞아 초반부터 거칠게 나왔다. 전반 5분 한국진영 왼쪽 코너부근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은 중국은 문전에서 유경렬을 손바닥으로 가격해 공격수 가오린이 퇴장당했다. 실제로 반칙을 한 선수는 리웨이펑이었으나 심판의 착오로 가오린이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다.
후반 들어 박규선 대신 정경호를 투입한 한국은 후반 7분 오히려 중국의 순샹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순샹은 미드필드에서 넘어온 볼을 한국진영 왼쪽 사이드에서 받아 논스톱 왼발슛을 때려 네트를 흔들었다.
구세주는 수비수 김진규였다. 김진규는 후반 27분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 강슛으로 연결했고, 볼은 상대 골문 앞에서 바운드된 뒤 골문을 뚫었다. 한국은 후반 37분 이동국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뒤 김동진이 문전을 돌파하다 상대 수비수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수비수들이 항의하다 2명이 더 퇴장을 당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실축했다. 한국은 이후 파상공세의 수위를 높였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北 '볼수혈전' 日에 1-0 승리
이어 열린 경기에서 북한은 2006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2연패를 당한 일본에 1-0으로 승리, 멋지게 설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92위인 북한은 13위인 일본에 객관적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되지만 강철체력과 특유의 정신력을 무기로 맞불을 놓았다. 전반 중반 프리킥 실점 위기를 넘긴 북한은 전반 26분 삼각 패스로 일본 수비진을 무너뜨리며 선취골을 뽑아냈다.
일본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김명철이 가로채 왼쪽 문전을 돌파한 뒤 문전 중앙으로 패스했고, 이를 받은 김철호는 다시 뒤로 찔러줬다. 이를 달려들던 김영준이 아크 중앙에서 오른발 땅볼 슛으로 네트를 흔들었다.
북한은 이후 수비수들의 육탄방어와 골키퍼 리명덕의 선방에 힘입어 일본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 승점 3을 먼저 챙겼다. 북한은 4일 전주에서 한국과 남북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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