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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치솟는데 되레 한숨만…고개숙인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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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치솟는데 되레 한숨만…고개숙인 개미들

입력
2005.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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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고치를 곧 갈아치운다”고 할 정도로 주가지수가 연일 급등하고 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한숨 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2~3배 오르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라는 소문만 믿고 바이오 등 각종 테마주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보고 물러서는 개미들이 속출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와 팍스넷 등 인터넷 투자정보 사이트에는 최근 들어 거액을 손해 본 개미들의 투자 실패담이 부쩍 많이 오르고 있다.

‘별밤2시’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한 투자자는 팍스넷에 올린 실패담에서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은 주식에서 손을 뗀 것”이라고 밝혔다. “조그만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점점 더 위험한 투자에 손을 댔다가 빚더미에 올라 앉고, 여자 친구와도 헤어지게 됐다”는 이 투자자는 “초보 투자자들은 많은 걸 얻으려 하지말고, 제발 여윳돈만으로 투자하라”고 당부했다.

필명이 ‘사이버만’인 투자자의 사례는 사상 유례없는 급등장에서도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개미들의 전형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주가가 폭락했던 2000년에 500만원을 날렸던 그는 올들어 주가가 상승하자 ‘원금을 되찾겠다’며 500만원을 들고 다시 증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500만원을 날렸다.

이 투자자는 단기에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하루에도 상한가와 하한가를 반복하는 저가주에만 투자했다. 게다가 인내심도 부족했다.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릴 때마다 ‘더 빠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투매에 동참했다. 그는 “조급하게 팔지 않고 계속 보유했다면,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었을 것”이라며 “잦은 교체매매, 뇌동매매, 몰빵투자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후회했다.

또다른 투자자(필명 현전초보)는 “주식투자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투자와 가치투자 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초보 투자자들은 차트나 파동분석 등 기술적 분석을 내세운 애널리스트의 말만 믿고 주식을 사는데, 애널리스트를 믿으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단기 차익을 노린 빈번한 매매는 증권사 수익만 높여줄 뿐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금까지 깨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급등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에 크게 뒤지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7월1일부터 20일까지 개인과 외국인, 기관의 매매패턴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10.84%에 달했다. 반면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상승률은 1.21%로 같은 기간 지수상승률 6.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관과 외국인의 증시 영향력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소위 ‘작전 종목’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개미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데이트레이딩’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개미들의 증시 탈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들어 7월28일까지 개미들의 누적 순매도 규모는 6조468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기관(1조9,146억원)과 외국인(1조9,241억원)의 누적 순매수 합계보다도 많은 것이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가 관련 종목의 주가 급락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바이오 테마주에 대한 특별심리 방침을 장중에 발표하는 등 시장감시의 수준을 높인 것도 단기적으로는 개미들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주식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증시에 남아 있는 개미들도 꾸준히 이익을 내면서도 주가가 장부가치에 미치지 않는 종목을 고른 뒤, 단기 주가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장기 보유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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