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전동차 생산업체인 로템사의 전동차 설계기술을 이 회사의 하청업체 직원을 통해 몰래 입수한 경쟁업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이승섭 부장검사)는 31일 로템사의 전동차 설계도면과 기술자료를 빼돌린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사 영업담당이사 정모(52)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이 업체 회장 이모(54)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객차 화차 내장재 등이 주력업종이었던 A사는 전동차 분야에 진출하기로 결정했으나 기술력이 부족하자 로템사로부터 전동차 설계도면의 전자매뉴얼 제작을 의뢰받아 설계도면을 보관 중이던 이모(31ㆍ구속)씨에게 500만원을 주기로 하고 관련 자료가 담긴 CD 1장을 넘겨 받았다. A사는 빼돌린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한 설계도면을 제출해 올 2월 한국철도공사에서 전동차 시용청원(사용요구) 승인을 받았지만 도면이 유사한 것에 의심을 품은 로템사의 고소로 도면 유출 사실이 들통났다.
외환위기 때 정부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국내 전동차 생산업체들을 통합해 출범시킨 로템사는 연간 1,200량의 전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로템사 기술을 이용해 경쟁업체가 실제 제작에 들어갔다면 로템사는 5년간 1조3,000억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인조다이아몬드 제조업체 I사 해외영업팀장으로 근무하다 경쟁회사인 다국적기업의 국내 판매 대리점을 설립한 뒤 I사 고객현황과 거래처 납품현황 등 경영상 영업비밀을 빼돌린 혐의로 O사 대표 오모(44)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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