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영업사원 이모(30ㆍ여)씨는 최근 휴대폰 송신번호가 ‘0505’(평생번호)로 시작되는 전화를 수신했다. 중요한 전화인줄 알고 받았지만 수화기에서 들리는 내용은 “최저 금리에 현금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해 드립니다”라는 스팸광고였다. 이씨는 “최근 들어 휴대폰 스팸이 하루에만 5~6통씩 걸려온다”며 “정보통신부에서 불법 휴대폰 광고에 대해 철저하게 단속한다고 한 게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단속을 제대로 하고는 있는 것인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입자의 동의 없이 무작위로 보내지는 휴대폰 불법 스팸광고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통부가 ‘060’으로 시작되는 불법 광고에 대해 강력 단속을 한다고 나선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정통부는 3월31일 휴대폰 가입자의 사전 동의 없이 광고발송을 할 경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옵트인(OPT-IN)제’를 시행했다. 정통부는 이때만 해도 ‘060’ ‘030’ 등 특정 번호로 시작되는 광고는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호언했고, 단속에 들어간 이후 이전보다 64%가량 광고량이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전의 ‘060’ 광고는 물론 다른 번호로 시작되는 불법광고가 휴대폰 가입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실제로 5월 한달간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신고된 휴대폰 스팸 신고건수는 2만2,102건이었고 6월에는 2만5,78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달에은 이보다 더 많은 건수가 집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옵트인제 시행하기는 하는 건가요” “휴대폰 광고 문자메시지는 매일 어김없이 오고 있다” “휴대폰에는 나와 상관도 없는 금융대출 광고가 끊이지 않아요”라는 불만을 담은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정통부의 옵트인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휴대폰 불법 스팸이 끊이지 않는 것은 광고 발송업자들이 당국의 단속 방식을 훨씬 앞서가는 신종수법을 자꾸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060’ ‘030’같이 광고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번호가 아니라 ‘02’ ‘051’ 등 지역번호나 ‘0505’ ‘0502’ 등 평생번호로 시작되는 스팸이 부쩍 늘었고, ‘1588’ ‘1544’ 등 전국 대표번호나 ‘011’ ‘019’ 등 일반 휴대폰 번호 등도 광고에 이용된다. 이 때문에 단순히 ‘060’ 번호 정도에만 한정되는 정부 단속으로는 이들을 추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다 벨이 한번만 울리고 바로 통화가 끊어지도록 하는 방식으로 발신번호를 남긴 뒤 이용자가 이 번호로 전화를 걸게 유도해 광고를 듣게 하는 ‘원링(One-ring)’방식, 스팸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수신을 거부하려면 ‘확인’ 버튼을 누르라고 해 통화료보다 비싼 무선인터넷에 접속케 하는 수법 등도 등장했다.
정통부는 뒤늦게 신종 스팸을 막기 위한 ‘스팸 트랩(Trap)시스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단속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가상 휴대폰을 개설해 놓고 여기에 수신되는 스팸을 분석해 광고 발송업자들을 처벌하는 방식. 하지만 “하루 수백만 통 이상 발송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팸 전화를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시스템으로는 실효가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산업에 관한 최고의 기술과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정통부가 스팸 대응에 너무 수동적인 자세여서 휴대폰 불법 광고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단속 인원과 장비를 늘리고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스팸광고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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