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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사회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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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사회 뒤흔들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입력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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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모(60) 전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이 “핵폭탄”이라고 비유한 안기부 도청테이프 274개와 13권 분량의 녹취록이 새로 발견돼 안기부 X파일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이 전 안기부 미림팀장 공운영(58)씨 집에서 압수한 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경우 그 파장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 어떤 내용 담겼을까

공씨에게서 테이프를 회수해 내용을 분석한 뒤 소각했다고 밝힌 이건모씨는 “한국 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는 내용”이라고 ‘테이프의 성격’을 요약한 바 있다. 공운영씨는 “대통령 빼고 다 도청했다”고 방대한 도청 범위를 설명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제작되고 상부에 보고된 테이프들이기 때문에 주로 YS정권이 주시한 정치권 인사, 재벌, 언론사 사주, 시민ㆍ사회단체 지도자 등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미 공개된 ‘삼성-중앙일보-정치권’의 거래처럼, 불법자금 수수와 일부 언론의 노골적인 후보 지지 전략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공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입을 열면 안 다칠 언론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97년 대선 당시 ‘안풍’ ‘총풍’등 대형사건의 숨겨진 흑막도 도청 자료에 담겨 있을 수 있다.

거악(巨惡)이 아니더라도 공직자나 정치인, 재벌총수, 언론인 등의 사생활도 도청의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YS정권 시절 일부 고위 공무원의 갑작스런 낙마도 이런 뒷조사의 결과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YS정권이 지시한 도청이라고는 하지만 공씨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챙긴, YS주변의 치부도 남아있을 수 있다.

■ 274개가 전부일까

검찰의 손에 들어온 테이프 274개가 도청 테이프 전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건모씨가 회수해서 소각했다고 밝힌 200여 개는 검찰이 압수한 274개와 겹치는 복사본일 수도 있고, 별개의 테이프일 수도 있다. 만약 별개라면 공씨가 보관하고 있던 테이프는 500여 개에 이르는 셈이다.

공씨가 검찰이 압수해가기를 바란 듯이 집에 보관하고 있던 테이프 외에 만약을 위해 모처에 또 다른 테이프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테이프를 빌미로 삼성과 거래를 시도했던 것처럼 이미 다른 업체나 인물에게 돈을 받고 도청테이프를 팔아 넘겼을 수도 있다.

■ 검찰 수사 어디까지

내용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검찰은 내부적으로 테이프 내용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 범죄 혐의가 발견되면 수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74개 내용을 전부 분석해 인지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불법 수집된 자료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독수 독과(毒樹 毒果)’ 이론에 대해서도 대검 연구관들을 통해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테이프 내용을 전부 분석한 후 전 검찰력을 동원해서라도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장 일각에선 ‘삼성-중앙일보-정치권’만 수사하는 것은 형평성 시비를 부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인위적으로 형평성을 맞춰 수사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아직은 안기부의 도청테이프 제작과 유출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황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274개의 테이프 확보 사실을 알리면서 내용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테이프 등의 제작 및 보관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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