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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소버린이 남긴 진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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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소버린이 남긴 진짜 상처

입력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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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다 최근 철수한 소버린의 전주 챈들러 형제가 올해 뉴질랜드의 최고 부자로 꼽혔다고 한다. 이들 형제의 이번 자산 집계에 SK㈜의 차익 실현이 반영되었음은 물론이다.

소버린은 SK㈜ 주식을 매각해 7,6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여기에 그 동안 받은 배당금 480억원과 환차익 1,300억원을 합하면 총 수익은 9,4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소버린이 낸 세금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환차익을 제외하고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투자수익률은 400%를 넘는다.

소버린의 철수는 지난달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바꾸면서 예견되었다. 소버린은 2년 연속 주총에서 패했고 임시주총 소집 요구도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올 초 주총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1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때보다 더 큰 차이로 SK㈜에 패함으로써 입지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배구조 개선없이 단물만

이 같은 상황 인식은 “한국법상 현재 주주 자격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권리들이 소진되었고, 지배구조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아 있는 유일한 권리 보호 수단은 투자를 철수하는 것뿐”이라는 자본 철수의 변에 잘 나타나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버린의 주장이 맞다면, 소버린의 경영 참여는 실패한 것이고 따라서 소버린은 투자 수익을 얻지 못했어야 한다.

결국 소버린은 ‘실패한 투자’에서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또한 우연의 일치지만 소버린이 SK㈜에서 철수한 직후 무디스는 SK㈜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렸다. 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석유화학 호조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 및 SK㈜의 SK네트웍스와 SK해운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들었다. 소버린의 논리대로라면 SK㈜의 자회사에 대한 통제력 강화는 지배구조 개악으로 신용등급은 하향조정돼야 한다.

소버린의 SK㈜ 경영 참여의 최대 명분은 지배구조 개선이었다. 하지만 소버린은 오너 퇴진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지배구조 개선은 오너에 대한 견제와 소주주권의 신장으로 압축되는 통제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너 퇴진이 지배구조 개선일 수는 없다. 더욱이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필적하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실행되고 있는 이상 오너 퇴진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소버린의 속내는 투자 수익 극대화였던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자본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하지만 ‘자본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자본의 성격’마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외국 자본 모두에 ‘천사표’를 붙이는 것은 외국자본을 무조건 배타시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천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외국 자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을 배제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내기업 역차별 풀어야

그러나 ‘공격과 방어’라는 최소한의 균형틀이 갖춰져야 한다. 출자 규제와 의결권 제한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규제인 것이다. 이는 마치 외국 자본의 ‘창’은 놓아두고 우리 기업의 ‘방패’만 빼앗는 꼴이다.

소버린의 공격은 SK의 분식회계도 그 원인의 일단이지만, 좀더 결정적으로는 출자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주식 맞교환’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소유구조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제 헤지 펀드의 힘을 빌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한국 경제가 규제체계의 허점과 반(反)재벌 정서의 결합으로 외국 자본이 ‘대박’을 터뜨리는 곳으로 여겨질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 소버린 사태가 우리에게 준 상처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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