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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넋두리가' vs '조종사 찬가' 詩대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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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넋두리가' vs '조종사 찬가' 詩대결 화제

입력
2005.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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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가 13일째 파업을 벌여 항공기 무더기 결항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항공기 조종사들의 '애환'을 읊은 시와 항공기 조종사들을 '귀족노조'라고 비꼬는 시가 모 포털사이트에 나란히 올라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항공기 조종사들의 일상과 애환을 옮긴 시의 제목은 '조종사 넋두리가'로, 작품의 화자는 조종사를 남편으로 둔 아내다.

이 시를 게재한 '안젤리나졸려'라는 네티즌은 "살아보니 이게웬말/ 연봉일억 뻥튀기네/ 세금떼고 가져온건/ 얇디얇은 유리지갑// 귀족이라 웃기지마/ 진짜귀족 열받는다/ 조종사가 귀족이면/ 네티즌은 빌게이츠"라고 말하면서 아시아나 노조의 파업을 '귀족노조 파업'이라고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시각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남편 하는일이/ 노가다가 따로없네/ 귀족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노가다라"라면서 조종사들의 업무가 육체적으로 매우 고되다는 것을 강변하고, "오죽하면 울집가훈/ 비행안전 안전운항/ 오늘하루 무사하길/ 매일매일 기도하네"라면서 조종사 가족들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에 맞서는 '노가다 조종사 찬가'라는 작품은 일반 노동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바라보는 항공사 노조의 파업을 그리고 있다.

'자칭 아주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당신들을 위한 노래'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신랑 삼교대에 천만원이 겨우넘네/ 배움없는 우리들과 비교되기 싫다하네"라고 말하면서 항공기 조종사들의 파업이 '배부른 파업'이라고 주장했다.

이 글을 올린 '마리이야기'는 "노가다가 무엇인지 잘알고나 말좀하지/ 돈안드는 맨몸으로 때우는게 노가단데", "너무너무 부럽다네 저게바로 귀족인데/ 우리들은 상상못한 진짜귀족 있는갑다/ 진짜귀족 보고사니 가난한줄 착각하네"라면서 아시아나 노조의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두 작품을 읽은 네티즌들은 "재미있는 글이다", "정말 재밌게 잘쓰셨네요", "문장 실력이 대단합니다" 등의 댓글을 올리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종사 넋두리가> 전문

내가바로 누구냐면

조종사의 와이프네

밥안먹고 배부르네

평생먹을 욕먹었네

이제부터 내얘기를

귀기울여 들어보게

악플일랑 달지말고

추천이나 때려주소

조종사도 사짜라고

사짜에게 시집왔네

친구들이 부뤄하네

연봉일억 봉잡았네

생전전화 안턴친구

신랑친구 소개졸라

뻔질나게 전화하네

노처녀좀 면해보세

신체건강 능력좋아

조종사는 일등신랑

연봉일억 땡잡았네

평생로또 인생대박

언론에서 띄워줬네

여론에서 몰아줬네

조종사랑 결혼하면

행복할줄 알았다네

살아보니 이게웬말

연봉일억 뻥튀기네

세금떼고 가져온건

얇디얇은 유리지갑

귀족이라 웃기지마

진짜귀족 열받는다

조종사가 귀족이면

네티즌은 빌게이츠

우리남편 하는일이

노가다가 따로없네

귀족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노가다라

밤새기는 다반사라

생체리듬 다깨졌네

아무때나 먹는밥에

위장빵구 당연지사

좁디좁은 조종석서

허리한번 못펴보고

승무원이 주는대로

눈물삼켜 밥을먹네

이착륙땐 생사기로

심장병이 절로생겨

실수한번 하는날엔

그날바로 제삿날야

터뷸런스 만나면은

기장손에 진땀나네

승객들은 모르겠지

조종실은 전투상황

비행하다 졸인가슴

골프치며 달래보네

외국에선 안비싸네

이만원에 칠수있네

한국에선 못친다네

돈없어서 못친다네

한국에서 골프쳐야

그게진짜 귀족이지

회사에서 하라하네

체력관리 하라하네

신체검사 무섭다네

고기안돼 운동더해

햇반먹구 운동하네

비싼운동 아니라네

골프친다 욕을하니

이제부턴 탁구치리

아빠비행 가는날엔

온식구가 신경쓰네

우리아빠 푹쉬어야

승객들도 안전하네

아빠방엔 출입금지

아빠옆엔 접근금지

비행전엔 푹쉬세여

안전운항 위해서요

오죽하면 울집가훈

비행안전 안전운항

오늘하루 무사하길

매일매일 기도하네

새벽세시 밥차리네

시차극복 안된다네

온식구가 밤샌다네

아빠따라 덩달아서

비행한건 울아빤데

식구들도 비몽사몽

낼아침도 지각이다

온식구가 시차엉망

이짓몇년 더하다간

온식구가 병나겠네

규칙적인 생활해야

건강하게 살터인데

비행하랴 피곤한데

시험공부 하라하네

시캠뮴?체크까정

할거많아 못쉰다네

고삼처럼 공부하네

피말리며 공부하네

고삼들은 실패하면

재수라도 할수있지

재시험은 없다하네

회사그냥 나가라네

한번봐줘 했더니만

네티즌이 공격하네

직업에는 귀천없고

조종사도 그러하네

이왕지사 택한직업

잘해보고 싶었다네

미안하네 파업해서

나도사실 파업싫소

울남편도 속마음은

파업원치 않았다오

어쩌다가 이리하여

파업까지 오게됐나

하루빨리 해결되길

마음깊이 기도하네

<노가다 조종사 찬가> 전문

당신들은 유리지갑 우리집은 비닐지갑

당신들이 탁구치면 우리집은 무얼치나

십년차에 일년연봉 일억원이 넘는다네

우리신랑 삼교대에 천만원이 겨우넘네

배움없는 우리들과 비교되기 싫다하네

많이배운 그네들은 기분나쁜 답글다네

연락없던 친구전화 남자소개 부탁이라

우리집은 그런전화 올리없고 와도걱정

노가다가 무엇인지 잘알고나 말좀하지

돈안드는 맨몸으로 때우는게 노가단데

오리지날 노가다가 듣고웃다 쓰러지네

혼자서만 버는돈은 기초생활 겨우하네

보다못한 내가나서 노점상을 차렸다네

삼교대후 들어와서 휴식없는 투잡스족

'비행전엔 푹쉬세여 안전운행 위해서여'

너무너무 부럽다네 저게바로 귀족인데

우리들은 상상못한 진짜귀족 있는갑다

진짜귀족 보고사니 가난한줄 착각하네

운동해라 공부해라 그게그리 싫은갑다

돈주면서 일주면서 하라해도 안한다네

그게그리 힘들다면 그만두면 좋을텐데

식구까지 힘든일을 왜그리도 미련떠노

이세상에 좋은직업 얼마든지 구할텐데

능력있고 재력있고 뭐가없어 매달리나

말안듣는 아시아나 골탕먹게 떠나버려

그만두면 일거양득 백수들은 고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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