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6자 회담이 북미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지만 회담 분위기만은 이전과 달리 유연하고 진지하다.
북미간 양자협의 활성화
가장 뚜렷한 변화는 북미 양자 협의가 상설화했다는 점이다. 북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네번째 협의를 가졌다. 모두 합쳐 7시간 가까이 머리를 맞댄 것으로 양측의 보따리는 모두 다 풀어놓은 셈이다. 회담장 구석에서 잠깐 얘기를 나누는 수준에 불과했던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북미간 양자 대화는 그간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부시 행정부가 거부했던 사항.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양자 대화 금지 방침이 거의 포기되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부시 1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관련 인물들이 줄지어선 채 총맞았을 것”이라는 잭 프리처드 전 대북협상 특사의 말을 인용한 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직접 포용하지 않고는 회담 진전이 힘 들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양자 대화는 6자 회담의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북미간 양자 합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힐의 재량권
미국의 이 같은 변화에는 크리스토퍼 힐 수석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워싱턴 포스터는 “제임스 켈리 전 차관보가 지침을 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워싱턴에 보고했던 것과는 달리 힐 차관보는 라이스 장관에게 베이징의 일과가 마감되는 새벽 5시45분(미국시간)에야 진행 상황을 보고하는 등 재량권을 갖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도 “협상 대표가 마냥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최대한의 재량권을 갖고 노력하고 있고 워싱턴도 밀어준다”고 전했다.
달라진 북한
북한의 태도도 달라졌다. “적대 정책을 철회하라”는 식의 고성과 비방 등 얼굴 붉히는 일 없이 매우 유연하고 실무적인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에 뭔가 성과를 내려는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도 27일 “김계관 수석대표가 ‘아무 것도 얻지 않고 평양으로 돌아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이나 북한 모두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이고 있다는 얘기다. 협상에선 복잡한 난제가 여전히 수두룩하지만, 이 같은 북미간 태도만 볼 때는 ‘대어’도 낚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질 만 하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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