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이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 SK와 KT 등 통신업계 주요 최고경영자를 잇달아 만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간 전략적 제휴설에서부터 LG의 통신사업에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 통신시장에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시나리오가 떠 돌고 있다.
여기에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이 극한 경쟁상황에 처하면서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으로 시장 구도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최근 KT 남중수 사장 내정자와 저녁 만남을 가졌다. 그는 지난달 그룹 내 통신관련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진대제 장관을 만난 데 이어 2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회동했다. LG그룹과 관련업체는 모두 “사적인 만남으로 사업과 관련된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구 회장이 통신업계 주요 인사들을 한 달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업계는 구 회장의 활발한 행보가 다음달 초고속인터넷 소매사업에 진출하는 계열사 파워콤과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LG가 SK와 제휴해 하나로텔레콤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LG그룹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가능성이 그 반대의 가능성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LG는 데이콤, 파워콤에 하나로텔레콤을 더해 KT에 버금가는 유선망을 확보, 통신시장에서 뚜렷한 양강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정통부와의 교감 속에 이뤄지면 국내 통신업계는 향후 SK텔레콤, KT, LG통신그룹의 안정적인 3강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LG가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통신사업을 정리,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을 매각하면서 통신시장에 새로운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정반대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총수가 직접 나서 LG그룹의 사업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LG는 통신사업 정리 가능성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부인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을 뚜렷한 대안도 없이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데이콤 관계자는 “구 회장은 통신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왔다”며 “데이콤이 지난해 1분기부터 흑자기조를 유지하며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있는 데 지금 와서 발을 뺀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정통부장관과 통신업계 두 CEO를 전격적으로 만난 것은 단순한 그룹차원의 제휴나 사업 합병을 넘어선 ‘통신시장 대 빅딜’이란 큰 그림을 생각케 한다”며 “통신시장 재편의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 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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