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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테이프 개봉순간 소름 쫙 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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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테이프 개봉순간 소름 쫙 끼쳐"

입력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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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을 지낸 이건모씨는 28일 언론사에 해명서를 보내 불법 도청 조직 ‘미림’이 김영삼 정부 때 광범위하게 도청한 자료들의 처리 경위에 대해 설명했다.

이씨는 해명서에서 국정원 감찰실장 재직시 공운영(58)씨로부터 불법 도청자료를 반납받아 1999년 말 전량 소각처리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국정원 광주지부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12월 내부 감찰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2003년 4월 구속기소됐으나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최근 국정원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현재 광주지역에서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전문 요약.

1999년 여름 상부로부터 재미교포가 안기부 도청 문건을 갖고 삼성 측을 협박한다니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경제과 직원을 불러 조사한 결과 (첩보내용은) 사실이었고 삼성 측은 절대로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보고를 받음.

이후 공씨에게 테이프 200여개와 녹취록 등 박스 2개 분량을 반납받아 보안팀 사무실에 보관 관리. 박스 개봉 순간 소름이 끼치며 “차라리 이런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회수하는 척만하고 말 걸”하는 등 만감 교차. “마지막엔 죽기 뿐 더하겠나” 결심하고 자료 정리, 분석 착수.

도청자료는 결코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될, 당장 없어져야 할 불법의 산물. 공개된다면 상상을 초월한 대혼란 야기. 테이프 1개라도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됨.

유출될 경우 원장님(천용택 전 국정원장)이나 저나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범죄자가 됨. 원장님께서는 자료의 구체적 내용에 접근을 피하시는 게 좋겠음. 원장님보다 더 높은 분이 테이프를 내놓으라 한들 절대 불가. 당장은 활용도가 크겠지만 잘못되면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 있고 개인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음.

1999년 12월 ‘언젠가 꼬리 부분이 세상에 나올 수도 있지만 그때는 큰 폭발력이 없을 것이며 내가 다 책임지겠다’는 결의로 전량 소각. 공씨와 뒷거래할 이유도 사안도 아님. 통신사업 이권 지원문제도 전직 직원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

국정원 회수 분량 전량 소각했기에 설령 외부에 (도청자료가) 잔존하더라도 이번 일로 세상에 나타나기는 불가할 것. 6년이 지난 지금 혼란이 이 정도 인데 그 때 테이프가 노출됐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함. 당시 박지원 장관 등 고위층에 테이프 제공은 없었음.

쓸 데 없는 출세 경쟁, 충성 경쟁이 항상 무리수를 두게 하는 데 결과는 자신의 멸망이며 세상의 화근이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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