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국정 운영’, ‘추경 중독증’ 등 여론의 질타에 아랑곳 않고 정부는 올해도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8년 연속이다. 이 중 4년은 한 해에 두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으니, 이번이 12번째다. 땜질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추경 편성은 국채 발행을 늘려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비상시에나 고려해야 할 극약 처방이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도 이를 의식했는지 “올해 추경편성은 ‘긴급한 재정수요’ 때문”이라고 강변했다. 에너지합리화자금 수요, 군 병영시설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등이 그가 제시한 긴급 수요다.
유가급등은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라는 점에서 에너지합리화 대목에는 그런대로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 병영시설 개선과 사회안전망 확충이 긴급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한 해 예산은 전년 9월 이후 짜게 된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에는 필요치 않았던 병영시설 개선이나 사회안전망 확충 요인이 그 사이 갑자기 돌출했다는 말인가. 결국 추경편성은 정부 스스로가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으로 나라살림을 꾸려가고 있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근시안들이 나라살림을 운영하는 사이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 규모는 어느새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2002년까지만 해도 40조원에 불과했으나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땜질식 살림으로 한해 한해를 모면해 가는 동안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한다.
정영오 경제과학부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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