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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윌리엄 박 "삼성측에 돈 요구한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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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윌리엄 박 "삼성측에 돈 요구한적 없다"

입력
2005.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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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을 MBC에 제보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검찰에 긴급체포 된 재미동포 윌리엄 박(한국명 박인회ㆍ58)씨는 28일 변호인을 통해 “삼성과 중앙일보, 국정원이 나를 희생양으로 몰아 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의 변호인인 강신옥 변호사는 기자와 만나 “박씨는 ‘도청자료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국민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언론에 제보한 것”이라며 “박씨의 역할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어 괴롭고 외로운 마음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박씨는 군대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전 국정원 직원 임모(58)씨를 통해 전 안기부 비밀도청조직인 ‘미림’팀장 공운영(58)씨를 만나게 됐다.

공씨는 첫 만남에서 “국정원에 있는 ‘존안카드’를 봤더니 투쟁을 많이 하시고 훌륭한 분이시데요”라고 박씨의 학생운동 전력을 언급하며 정보력을 과시했다. 강 변호사는 “이후 공씨가 먼저 복직로비를 요청하며 박씨에게 삼성 도청자료를 전달했고, 박씨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직접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박씨에게 “생각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으나, 이후 변호사 출신인 삼성 김모 상무가 나와 “지금 협박하는 거냐”고 화를 내 말다툼으로 번졌고,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강 변호사는 “박씨는 공씨와 공조로 막연히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삼성측에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냥 부딪히면 된다고 생각했을 뿐 삼성 임원을 잘 알지도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는 녹취자료를 직접 복사해서 건네줬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좋은 자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으나, 공씨 복직 요구 등 거래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씨는 17일 귀국해 8월14일 출국하는 티켓을 예매한 상태였으나 MBC가 “빨리 출국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26일 서둘러 출국하려다 출금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박씨는 추가로 가지고 있는 도청자료는 없으며, 공씨가 박씨에게 보여준 도청자료도 알려진 삼성 자료가 전부라고 했다.

1970년대 도미한 박씨는 원래 YS(김영삼 전 대통령) 지지자로서 뉴욕에서 김혁규 전 경남지사와도 교류하는 등 YS 계열의 정치권 인사와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생계는 뉴욕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부인이 책임지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공항에서 출금된 것을 알고 박씨가 나에게 ‘도와달라’고 전화를 해왔다”며 “박씨가 워낙 사정이 안 좋아 수임료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검찰 수사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받고 있지만, 국정원 조사는 반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에서 진행돼 어려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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