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엊그제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상향조정했다. 외환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2단계나 낮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와 잠재력을 보는 외부의 눈이 3년만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특히 전날 영국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한국 신용등급을 2002년 6월 수준으로 또다시 동결하자 크게 낙담했던 정부관계자들은 잔뜩 고무됐다.
하지만 “적극적인 국가홍보노력의 첫 결실”이라고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2003년 무디스 평가에서 우리나라(‘A3’)를 추월한 ‘A2’를 받았던 중국이 일주일전 S&P로부터 ‘A-’로 승격돼 한때나마 우리와 같은 반열에 섰고, 피치 평가에서도 우리를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 우리를 앞지른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런 만큼 ‘은행건전성 개선, 외환시장 유연성 제고, 6자회담 재개’ 등의 평가보다 ‘노동시장 경직성, 정부보증 남발에 따른 경제왜곡, 북핵리스크’ 등의 과제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한다.
이런 지적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삼성전자 포스코 SK텔레콤 등 민간기업의 신용도가 국가보다 1~2단계 앞서는 ‘겸연쩍은’ 상황이 해소되기 힘든다.
민간소비 위축, 투자 부진, 수출 둔화 등 경기침체의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국가신용등급의 전격 상승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얘기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신용도 상승에 따른 외국자금의 유입 확대가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상반기 GDP성장률이 3%에 그쳤다는 한국은행 발표가 나오자 어제 정부는 국채발행을 통한 4조원대의 추경예산 편성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효과는 거의 없고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뿐이다. 정책당국은 땜질식 추경 유혹에서 벗어나, 왜 국가신용도가 3년 이상 제자리였던가를 따져보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