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학자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지구 탄생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로 알려진 ‘지구 뉴트리노(중성미자)’를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스즈키 아츠토(鈴木厚人) 도호쿠(東北)대 교수가 중심이 된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공동 연구팀은 200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진행한 연구 관측에서 지구 깊숙한 곳에서 생성되는 소립자의 일종인 지구 뉴트리노를 검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론적으로 지구 내부에서 우라늄 등이 핵 분열할 때 발생한다고 추정해 온 지구 뉴트리노가 실제로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트리노는 다른 입자와 거의 반응하지 않고, 지구 조차도 그대로 통과해 버리기 때문에 관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소립자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기후(岐阜)현 가미오카(神岡) 광산 지하 1,000m에 설치한 초고감도 관측 장치인 ‘가미오카 액체 신틸레이터 반(反)뉴트리노 검출기’(KAMLAND)를 통해 관측 기간 동안 28개의 지구 뉴트리노를 잡아냈다.
기름과 비슷한 액체인 신틸레이터 탱크와 고감도 광전자배증관 등으로 구성된 KAMLAND는 신틸레이터 탱크를 통과하는 뉴트리노에 화학물질이 반응해 발광(發光)하게 하고, 이 빛을 광전자증배관이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상세한 관측 결과는 28일자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과학자들은 지구가 탄생한지 50억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내부가 뜨거운 것은 우라늄 등 지구 내부의 방사성 원소가 파괴될 때 열을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를 포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그 동안은 지층ㆍ암석 분석이나 지진파 포착 등을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파악해 왔다. 지구 핵이나 맨틀이 어떤 물질로 구성돼 있는 지 등을 정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세계 과학계는 이번 성과에 대해 “지구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쾌거”라고 흥분하고 있다. 이번 관측은 아직도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는 지구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길을 열어 지구 탄생ㆍ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뉴트리노의 분석을 통해 지구 내부 열에너지의 양과 분포를 알 수 있으며, 지구 맨틀과 플레이트의 구조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관측 성과로 뉴트리노 분야에서 일본의 강세가 또 한번 증명됐다. 연구팀장인 도호쿠대의 스즈키 교수는 뉴트리노 연구의 선구자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도쿄(東京)대 특별 명예교수의 제자다.
고시바 교수는 뉴트리노의 관측을 통해 우주 연구방법론을 확장시킨 공로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고시바 교수는 지난해 쓴 수필집에서 “뉴트리노 분야에서 일본 과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노벨상을 포함한 권위있는 상을 일본인들이 계속 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장담할 수 있다”고 예언했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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