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림팀 부활의 배후는 김현철?’
김영삼 전 대통령 취임과 함께 해체됐던 옛 안기부의 불법도청 조직인 미림팀이 부활하게 된 경위와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림팀은 1993년 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해체된 뒤 1년여 만인 94년 초에 재조직됐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미림 팀장이던 공운영씨는 “YS의 당선과 함께 팀 활동을 중지, 무보직 상태로 지내다 평직원으로 재보직 됐다”며 “그 후 94년에 미림팀 다시 구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때 안기부장은 YS정부의 초대 부장이였던 김덕씨였다. 그러나 김덕 전 부장의 한 측근은 27일 “김 전 부장은 취임 직후 도청팀을 해체했다”며 “도청팀의 부활은 당시 인천지부장으로 있던 오정소씨가 대공정책실장으로 본부에 복귀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전 실장의 보좌관인 김기삼씨도 이날 발간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 실장이 94년 초에 부임해 오면서 미림팀이 재조직됐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김 전 원장은 재조직 지시를 내린 적이 없는데 오 전 실장이 재조직을 주도했다면 제3의 실세가 오 전 실장을 움직였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서 지목되는 인물이 바로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다.
김기삼씨는 “김영삼 정권 시절 ‘소(小)통령’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현철씨의 안기부 내 인맥이 도청 팀의 원조”라며 “미림의 녹취 보고서는 오 실장을 통해 이원종 정무수석과 현철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현철씨가 정국 통제를 위해 미림팀을 재건했다는 것이다.
사실 현철씨와 오 전 실장은 YS정부 당시 강력한 학맥을 형성한 경복고와 고려대 사학과 선후배로 평소 돈독한 관계였다는 점에서 ‘김현철 주도설’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불법 도감청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현철씨가 지휘 또는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이날자 미디어오늘도 김대중 정부의 초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철씨가 미림팀을 기획 총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철씨 측근은 “(미림팀 재구성 배후설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이 전 정무수석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입을 닫았다.
향후 국정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현철씨가 미림팀의 구성을 지시하고 도청 정보를 제공받은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가정보조직이 사인의 망원으로 전락한 꼴이 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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