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미래는 DMB에게 물어봐?’
가입자 10만 명을 돌파한 위성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가 충무로의 새 유통 창구이자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사들은 잇달아 DMB용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앞두고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다. 지난 1일부터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DMB영화제가 개막하는 등 ‘손 안의 TV’를 넘어 ‘손 안의 영화관’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영화사 다세포클럽은 이재용 감독의 장편영화와는 별도로 인터넷 인기 만화 ‘다세포소녀’를 100편의 DMB용 영화로 만든다. ‘늑대의 유혹’의 김태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 줘’의 모지은 감독 등 10명이 메가폰을 잡아 편당 10분 분량으로 제작한다. 9월 크랭크인 하는 장편영화의 상영이 끝나면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이 결합해 탄생한 MK버팔로는 더욱 적극적이다. 올해 안에 자본금 5억~10억원 정도의 자회사를 출범시켜 DMB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편당 제작비는 1,2억원 정도로 잡고 있으며 유명 배우는 캐스팅하지 않을 예정이다. 쌍방향 영화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유럽 프로덕션과 제휴를 맺어 결론이 두 세가지인 20~30분짜리 영화를 만들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배우가 입은 옷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T-커머스 기능도 이용할 생각이다.
위성DMB 서비스 업체인 TU미디어는 현재 전용 채널을 통해 24시간 영화를 방영중이다. 그럼에도 DMB용 영화가 별도로 만들어지는 것은 기존 장편 영화가 DMB와 궁합이 잘 맞지 않아서다. 출퇴근 시간 등에 짬을 내 볼 수 있는 짧은 분량의 영화가 이동성이 가장 큰 특징인 DMB의 성격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중인 영화가 이미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재탕 삼탕 된 점도 새로운 DMB용 콘텐츠의 필요성을 부추기고 있다. TU미디어가 강풀 원작의 ‘순정만화’를 100분 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자체 제작해 5회로 나눠 방송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작사들은 DMB용 영화사업의 수익성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한운식 MK버팔로 이사는 “DMB는 독립된 윈도우로 크게 발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사업다각화 측면도 있지만 기존 영화제작을 제치고 주력 사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안동규 다세포클럽 대표는 “DMB용 영화는 휴대폰 케이블TV 인터넷 등 다른 매체에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위험도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DMB용 영화가 신인배우와 감독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며, 돈줄이 마른 충무로에 안정적으로 자본을 대줄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빠른 시간 안에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상진 시네마서비스 부사장은 “앞으로 5년은 지나야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며 “아직은 사업참여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DMB용 영화가 짧은 분량으로 이용자의 시선을 끌다 보면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형스크린이나 대형 TV를 통해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라는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씨는 “찍는 방식과 보는 방식이 기존 영화와 전혀 다른, 스토리 텔링과 인물위주의 영상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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