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4차 6자회담 개막식과 두 번째 북미접촉을 통해 쟁점이 선명한 모습을 드러냈다.
개막식에서 남북한과 미국 모두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는 ‘말 대 말’의 합의를 이루고 향후 구체적인 핵 폐기와 보상 실천을 내용으로 한 ‘행동 대 행동’의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이어 진행된 북미접촉에서는 양측의 이견이 두드러지게 표출됐다. 미국은 북한의 화끈한 핵 폐기 의지를, 북한은 미국의 전향적인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대결 구도였다.
이 대결 구도는 한반도 비핵화를 매개로 한다. 여기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북한은 자신의 핵 폐기만으로는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북한에 대한 핵전쟁의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핵 선제공격 가능성 배제, 핵 전쟁 연습 중지, 핵 항모의 한반도 기항 중지, 주한미군 핵 보유 금지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과 대북 관계정상화 대한 확실한 언질을 받겠다는 의도에서다.
이어 진행된 북미접촉에서도 북측은 한걸음 더 나아가 핵 보유국의 대접을 받아야겠고, 평화적 핵 이용권도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예상대로 모든 카드를 다 꺼낸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개막식에서 대북 침공의사가 없으며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에 대처할 준비가 있다는 말로 숨겨둔 협상안이 있음을 내비쳤다.
미국 역시 양자접촉에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과 북한이 현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대결이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저변에는 양측간의 상호 불신이 짙게 깔려있다. 그래서 러시아측 수석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회담에 임해보니 순탄치 않다”고 언급했다.
한 당국자는 “26일 1차 접촉 때보다 2차 북미접촉에서 이견이 두드러졌고, 27일 기조연설에서는 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며 “북한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재들을 꺼냈지만 이는 회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어서 이견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날 북핵 프로그램이 ‘영구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점을 처음 언급했다. 과거 1, 2차 회담 때 회담을 좌초시킨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CVID) 폐기방식’을 되풀이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용어인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베이징=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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