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사건과 관련, 문건 유출자로 지목돼온 재미동포 박모(58)씨가 26일 미국 시애틀로 출국하려다 공항 당국에 저지당한 뒤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에 의해 모처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국정원 미림팀장 출신으로 도청 문건을 박씨에게 건넨 공운영(58)씨는 자신의 심경과 그간의 경위를 담은 자술서를 발표한 뒤 자해소동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됐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 2명에 대한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관련 조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11시께 박씨는 본인의 출국금지 조치 사실을 모른 채 모 방송사 기자 2명과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수속과정에서 거부당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박씨는 공씨에게 건네받은 문건 등을 갖고 삼성 그룹과 접촉했던 인물로 25일 법무부로부터 출국정지조치가 내려진 상태였다. 박씨에게 문건을 건넨 공씨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자신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A4 용지 13매 분량의 자술서를 딸을 통해 보도진에게 배포했다.
자술서에서 공씨는 “그간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도청했던 자료를 갖고 나와 보관하고 있다가 박씨에게서 삼성 관련 문건을 달라는 제안을 받고 삼성그룹에 약점이 될 만한 내용이 담긴 문건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협상에 실패해 문건을 돌려 받았고 이후 모든 자료는 국정원에 반납했다”고 말했다.
공씨는 이날 오후6시께 경기 배에 흉기를 찌르는 자해소동을 벌인 뒤 분당서울대병원에 후송돼 수술을 받았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서창희 부장검사)는 이날 참여연대가 고발한 안기부 도청 테이프 사건을 배당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97년 대선 당시 삼성의 대선자금 제공 및 기아차 인수 로비 의혹 등 도청 내용의 진위 여부보다 안기부의 불법도청과 자료 유출경위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