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테러용의자로 오인 사살된 브라질 청년 진 찰스 데 메네제스(27)에 대한 애도와 영국에 대한 분노가 브라질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그의 고향인 브라질 중부내륙의 작은 도시 곤자가에선 26일 친척과 주민들이 영국을 성토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메네제스의 죽음은 살육”이라며 영국 경찰관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메네제스가 당초 발표 때의 5발이 아니라 머리에 7발, 어깨에 1발 등 8발의 총격을 당한 것으로 검시결과 드러나면서 분노는 브라질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브라질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배경에는 영국에 대한 배신감도 깔려 있다. 브라질에서 영국은 인권이 살아 있는 선망의 나라였다. 브라질의 전설적 가수 바에타노 벨로소가 1971년 ‘런던, 런던’이란 곡에서 영국의 호감을 주는 경찰과 안전한 거리를 노래했을 정도다. 브라질 경찰의 폭력에 시달려온 빈자와 흑인에게 영국 경찰은 ‘천사’였다. 지난해 브라질 공권력에 의해 상파울루에서 663명, 리우데자네이루에서 983명이 숨졌다.
주민 6,000여명의 조용한 도시 곤자가가 뜻하지 않게 테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가난 탓이다. 자급자족형 농촌인 이곳 주민들은 월 100달러 미만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 시위가 사고발생 5일 뒤에야 벌어진 것도 외부 소식과 단절된 적빈(赤貧)의 농촌이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사고 이틀 뒤 달려온 시장의 전언을 듣고야 메네제스의 죽음을 알았다.
곤자가 주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해외에 나가 돈을 버는 것이다. 주민 3분의 1이 해외에 나가 대부분 불법체류하며 돈을 벌고 있다. 이들의 송금액이 세수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곤자가 경제의 버팀목이다. 메네제스 가족도 정부보조금과 아들의 송금으로 생활을 꾸려왔다.
메네제스의 죽음도 주민들의 돈벌이 출국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죽음 보다 무서운 것이 가난이기 때문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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