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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논쟁 막는 법치주의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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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논쟁 막는 법치주의는 곤란

입력
2005.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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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법치주의라는 말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보이는 당파성과는 무관한 가치중립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일부 보수 정치인은 노사 분쟁이나 공안 사건 같은 진보적 성격의 경제, 사회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대중의 지지를 보다 쉽게 얻어내기 위해 법치주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이 말을 사용하는 목적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토론과 논쟁을 덮어버리기 위함이 되어서는 안된다.

법치주의의 ‘법’이란 국민에 의해 선출된 의회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의 초기 지도자였던 시이예스에 따르면 법은 대의기관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관념적으로 그들의 대표하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루소에 따르면 국민 전체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민주주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 민주주의에서 루소의 이상적인 생각처럼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시민들의 의견 대립과 토론을 통해 잠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결국 법치주의는 상이한 가치관을 가진 국민들이 갈등하는 가운데 얻어진 민주주의적 합의를 헌법 절차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준수해야 하는 법규범으로 창설하고, 국가가 이를 근거로 시민사회에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과거 민주주의의 산물이기에, 법치주의가 가져야 할 민주주의적 정당성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약화되기도 하고 상실되기도 한다.

또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법규범이 현재의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가치를 시민 사회에 강제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치주의가 현재의 민주주의적 가치와 충돌할 때에는 새로운 민주주의적 합의에 의해서 법치주의의 개입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은 법치주의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기 위한 권위주의 정부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지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법치주의라는 이름 아래 사회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대립과 토론을 비합법적인 것으로 경솔하게 간주해버린다면, 그것은 법치주의 자신을 변화해가는 민주주의적 현실에서 유리시켜 스스로의 존립근거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정두호 고려대 법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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