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한 자리에 모인 삼성그룹 사장단은 ‘사랑 받는 국민기업’이 되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 내느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독주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여러 방안이 논의 됐지만 “삼성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욕을 먹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고 한다.
삼성이 반 삼성정서를 우려하듯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를 해소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 서 온 기업인이다.
박 회장은 평소 “우리 국민들의 반 기업정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런 나라에서 누가 기업가가 되려 하겠느냐”고 개탄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청소년, 대학생, 교사 등을 대상으로 시장 경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과 박 회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은 최근 불거진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대선 당시 삼성의 은밀한 정치자금 지원 작전은 한편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박 회장이 당사자 중의 하나인 ‘형제의 난’ 도 좋은 이미지를 쌓아 온 두산을 배경으로 한 골육상쟁이어서 입맛이 쓰다.
이들 사건은 반 기업정서가 다른 곳이 아닌 기업 자체에서 비롯된 것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업들이 남 탓을 하기 전에 철저한 자기 반성부터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덕적으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초일류 기업으로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하지 못한다면 반 기업정서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박일근 산업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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