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5일 X파일 파문의 실체를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정권 때 이뤄진 불법 도청과 불법 대선자금 거래”로 규정하며 한나라당 책임론을 유독 강조했다. 자신들의 뜨거운 감자인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는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식으로 풀면서 한나라당에겐 즉각적인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사정없이 다그치는 식이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삼성에서 한나라당(신한국당)으로 전달된 사실에 대해 뇌물죄 여부를 가리고, 공소시효가 소멸됐든 안 됐든 국가기관의 불법 도ㆍ감청 문제도 분명히 규명, 처리해야 한다”고 향후 당 차원의 대응방향을 밝혔다.
문 의장은 특히 한나라당이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한 데 대해 “차떼기의 원조나 다름 없는데 뭐가 잘났다고 큰 소리냐”며 일축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자신의 치부는 외면한 채 표적 공개 운운하는 건 상식 밖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은 “이번 사태는 문민정부가 권력에 중독돼 민주주의를 깔아 뭉개고 어떻게 해서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남아 있는 X 파일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도 폭로 이면에 ‘정치적 음모’가 깔려 있을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했다. 일부에선 지금처럼 미온적으로 대처할 경우 ‘제2의 차떼기’로 번질 수도 있다며 1997년 당시 불법 대선자금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해명 등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이날까지도 주된 기류는 “하필이면 이때 무슨 이유로”라는 강한 의구심이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상임운영위에서 “케케묵은 8년 전의 일을 들춰내, 그것도 한나라당 부분만 집중적으로 골라 터뜨리는 것을 놓고 음모가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면 철저히 밝히되 특정 정당과 기업, 언론만을 무대로 올려 정치적 의도를 달성하려 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수천 개의 테이프 중 왜 이것만 공개됐는지, 또 누가 무슨 의도로 테이프를 입수했는지 등 숨은 의도도 보도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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