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미국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인 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4일 “이라크의 미군은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와 터키, 세속주의자와 이슬람 신자들 사이의 십자포화에 갇혔다”며 “미군이 서로 다투는 종파, 분파의 공동 타깃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를 피로 물들이는 테러가 주둔 미군을 몰아내기 위한 공격에 초점을 맞췄다가 최근 들어 정치적ㆍ종교적 반대세력 간 내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군이 주도했던 이라크 점령 이후 정치적 주도권을 잡은 시아파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몰락을 계기로 쫓겨난 수니파의 갈등이 내전의 원천적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 무장세력이 저항세력의 뿌리를 이루고, 주로 시아파와 쿠르드 족을 테러의 희생양으로 삼아왔다.
그런데 19일 이라크의 새 헌법을 만들기 위해 구성된 헌법초안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온건 수니파 위원 2명이 암살됐다. 이 사건 이후 수니파 위원들은 헌법초안 작성에 불참을 선언했고 이라크 평화 정착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던 헌법 초안 마련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했다. 다행히 수니파 위원들이 25일 헌법초안위원회에 참여하겠다고 발표해 급한 불은 끄는 듯 하다.
하지만 이번 암살이 이라크 과도정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에 의해 감행됐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전면적 내전으로의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아파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는 보복 공격 대신 선거를 통한 정치적 해결을 모색했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18일 “끈기가 다했다”면서 과도정부에 대량학살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강경 시아파의 무장저항세력의 공격에 응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라크 내의 폭력은 분파 간 보복 살상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라크인들은 내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 내전 사태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이라크 내전이 현실이 될 경우 미군은 이라크 내 모든 세력으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다. 지금보다 더욱 극심한 테러 공격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난해 저항세력으로부터 하루 평균 65건의 공격을 받았다. 내년 여름까지 이라크 주둔 14만명 미군을 감축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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