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한국시각) 알링턴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 시즌 9승에 목이 타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를 울린 것은 40도에 육박하는 가마솥 더위도, 지난 16일 텍사스 타선을 완봉승으로 꽁꽁 틀어막은 상대 선발 리치 하든도 아니었다.
4회 1사까지 9안타 6실점. 20일 뉴욕 앙키스전에서 보여준 완벽에 가까운 피칭(7회1사까지 1실점)과는 전혀 딴판의 투구 내용이다. 팀이 3-8로 패하면서 시즌 5패째(8승)를 떠안은 것은 물론 팀의 4연패 사슬을 끊어내는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오클랜드에게 또 다시 1승을 헌납하면서 7년에 걸쳐 12경기에서 8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뒤집어쓴 것이 뼈아프다. 이쯤 되면 징크스를 넘어 저주라고 부를 만하다.
막강 양키스도 격침시킨 박찬호가 왜 오클랜드 앞에서는 맥을 못추는 걸까. 스트라이크 존에 볼이 들어와도 쳐다보기만 하는 오클랜드 타자들의 웨이팅작전이 아직도 제구력이 불안한 박찬호의 진을 빼놓기 일쑤다. 이날 박찬호가 상대한 21명의 오클랜드 타자 중 스트라이크나 볼에 관계없이 초구에 방망이를 돌린 경우는 단 2번에 불과하다.
좋아하는 볼이 들어오면 초구에라도 방망이가 휙휙 돌아가는 양키스 타자와는 큰 차이가 난다. 풀카운트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오클랜드 타자들은 2회까지 박찬호에게 무려 50개의 볼을 던지게 했다. 여기에 풀스윙 욕심을 버리고 짧게 끊어치겠다며 작심하고 달려드는 오클랜드 타자들이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안타를 뽑아내면서 박찬호를 괴롭혔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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