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이 연구비 횡령 혐의로 잇따라 구속된 데 이어 8명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연구비 횡령이 일부 교수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 대학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짐작케 한다. “연루된 서울대 교수 전원을 사법처리 할 경우 학교가 살아 남지 못할 정도”라는 검찰 관계자 말이 실상을 가감 없이 전해준다.
교수들의 연구비 착복은 학자적 양심을 포기한 행위다. 횡령수법도 인건비 과다계상과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허위 용역의뢰서 작성 등 악덕업자 뺨친다. 특히 고급 인력인 대학원생 제자들을 싼 값에 부리고도 그 보수마저 이런저런 수법을 동원해 떼어먹는 것은 스승이 할 짓이 아니다.
대학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가짜 영수증 끊는 일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진 것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인건비를 받지 못한 대학원생들이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 오죽했으면 제자들이 스승을 처벌해달라고 고발했겠는가.
정부의 연구비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교수 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만큼 지출과 관리가 엉망이라는 얘기다.
서울대가 개선안을 마련 중이라고 하지만 유리알처럼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지 않고서는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것이다. 대학원생들이 교수들에게 억울한 일을 강요 당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는 학위논문검증제도 논의가 꼭 필요하다.
법적 도의적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할 비리 관련 교수들에게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는 온정주의는 없어져야 한다. 지난해 일부 사립대에서 횡령사건이 발생했지만 법원은 벌금과 기소유예 판결을, 학교는 정직과 견책 등의 가벼운 처벌만 내렸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학문 발달에 기여한 점을 참작한다’는 봐주기식 판결과 징계로는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제거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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