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횡령으로 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이 구속된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공대 교수 8명이 무더기로 검찰 내사를 받는 것으로 25일 확인되자 서울대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대 공대는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한민구 학장을 비롯한 보직교수 4명이 전원 사퇴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유재만 부장검사)는 연구비 횡령 혐의가 있는 공대 교수 8명의 명단을 서울대에 통보하고, 연구처 등 연구비 집행기관으로부터 이들이 수년간 수행해온 연구과제 및 연구비 집행 내역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 받아 정밀 분석중이라고 25일 밝혔다.
이들 8명은 모두 전기·컴퓨터공학부, 재료공학부, 산업공학과 등 소속으로 일부는 학내에 설립한 벤처기업을 통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거나 연구용역을 준 것처럼 꾸미는 등의 ‘신종수법’으로 연구비를 빼돌린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 내사소식이 알려진 오전부터 서울대에서는 학부학과장회의 및 전체교수회의가 잇따라 열렸고, 한민구 학장 등 보직교수 4명은 “이번 동료 교수들의 불행한 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원 정운찬 총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공대의 A교수는 “한두 명도 아니고 액수도 수십억대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신성한 대학에서 비리 정치인 뺨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B교수도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됐던 연구비 관리 제도를 이참에 제대로 정비해 사용내역을 철처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연구비 횡령이 관행처럼 자리잡아 이미 대부분의 연구실에 만연해 있을 정도로 교수사회가 이미 ‘도덕불감증’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연구비 횡령이 일부 부도덕한 교수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학에 만연해 있다”며 “제보가 들어오는 대로 전부 다 사법처리 하다가는 우리나라 대학이 전부 문닫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교수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교수들도 많은데 이번 사태로 다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C교수는 “유독 서울대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며 음모론으로 보는 교수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은 “연구과제가 많은 서울 공대가 심한 편이고 다른 국립대 등에 대해서도 각종 제보가 들어오고 있어 수사를 검토하고있다”고 말해 연구비 비리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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