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 파문과 관련 검찰이 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참여연대는 25일 오전 국가안전기획부의 1997년 불법 도청 파문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홍석현 주미 대사(전 중앙일보 사장),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전 회장 비서실장),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 20여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참여연대의 고발장과 언론보도 내용을 검토한 뒤 일단 혐의 사실들이 수사 대상이 되는지, 공소시효가 만료됐는지를 면밀히 살핀 뒤 본격적인 수사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이날 주례 간부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사안으로 검찰이 적정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치권력, 자본, 언론, 과거 안기부 등) 거대 권력의 횡포와 남용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 법무·검찰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천 장관은 전·현직 검찰간부의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도 거대 권력인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자체 감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삼성이 이 전 총재 측에 자금을 제공하고 대가로 기아차 인수를 지원해달라고 부탁한 부분은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특가법상 뇌물죄(공소시효 10년)에 해당하므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의 고발자 명단에는 삼성에게서 ‘떡값’수수 의혹이 제기된 전ㆍ현직 검찰 간부 10여 명과 삼성 자금을 이 전 총재 측에 전달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총재의 동생 회성씨,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서상목 전 의원이 포함됐다.
참여연대는 또 97년 삼성의 기아차 인수 로비가 한창일 때 채권단의 기아차 회생 의견을 무시하고 기아차의 매각을 강행했던 당시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도 “삼성에서 돈 받은 의혹이 도청 녹취록에 나와 있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한편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위 오충일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프로에 출연해 “안기부 불법 도청사건을 조사할 것이며, 최고위 핵심층도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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