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세손이었던 비운의 왕세자 이 구(李 玖)씨의 영결식이 25일 오전 10시 서울 창덕궁 희정당에서 열렸다.
영결식은 22일 고인의 양자로 입적된 의친왕의 손자 이 원(李 源ㆍ44ㆍ현대홈쇼핑 부장)씨가 상주를 맡아 황세손장례위원회(공동위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ㆍ이환의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이사장) 주관으로 치러졌다.
식장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와 주한 일본 대리공사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으며, 조선왕실 후손과 일반 문상객, 국내외 관광객 등 약 1,000여명의 인파가 외로웠던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태극기에 싸인 유해는 영결식 직전 의친왕의 아들인 가수 이 석씨 등 유족이 뒤따르는 가운데 국방부 의장대 11명에 의해 낙선재 빈소에서 검정 캐딜락 승용차로 옮겨졌다.
전주 이씨인 이 총리는 조사에서 “대한제국 마지막 황세손 고 이 구 저하의 훙서(薨逝)를 진심으로 애도 하오며, 영령께서 사랑하시는 부왕(영친왕)과 모후(이방자 여사)를 만나 현세에서 다하지 못한 행복을 영원토록 누리시기를 삼가 기원합니다”라고 애도했다.
유족과 조문객들의 분향이 끝난 후 100여㎙에 달하는 운구행렬은 창덕궁 돈화문과 종로3가를 거쳐 종묘 앞에 도착, 30여분간 노제를 지냈다. 이 원씨가 집례에 따라 고인의 넋을 기리는 제사를 시작했으며, 유족들은 이씨가 절을 할 때마다 함께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했다.
종묘 일대에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황세손의 영결식을 지켜보려는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경건한 분위기 속에 고인의 영혼을 위로했다.
시민 이모(45)씨는 “쇠망한 대한제국의 마지막 흔적을 바라보는 마음이 참으로 착잡하다”며 “불우했던 현세에서의 삶은 부디 잊고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인의 전 부인이었던 줄리아 리 여사는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에서 노제를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위원회는 노제가 끝난 뒤 서울 동대문까지 운구 행렬을 이어갔으며, 고인의 시신은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 영친왕 묘역인 영원(英園)에 안장됐다. 고인의 넋을 기리는 의식인 우제는 25일 낙선재에서 열린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