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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파문/ 洪대사 거취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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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파문/ 洪대사 거취 초읽기

입력
2005.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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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홍석현 주미대사가 중앙일보 사장 시절 대선자금을 직접 전달했다는 ‘X파일’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충격을 받은 표정이지만 홍 대사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말을 삼가는 것은 홍 대사를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불법 도청 테이프의 진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홍 대사 경질 가능성을 먼저 흘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 기류는 ‘교체 불가피’로 모아지고 있다. X파일의 일부 내용이 처음 보도됐을 때만해도 “6자회담, 미국과의 관계 등을 감안, 당장 홍 대사를 그만두게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홍 대사의 대선자금 직접 전달 얘기가 나오자 이 같은 신중론은 사라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언론사주가 대선자금을 직접 돌렸다는 보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크게 놀란 것 같다”며 “그게 사실이면 홍 대사가 대사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홍 대사 거취를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느냐는 문제만 남아 있는 셈이다. 홍 대사가 먼저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 수리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가 직접 경질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는 조기에 홍 대사가 사퇴 의사를 표명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당사자인 홍 대사가 먼저 거취를 밝히는 게 순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월요일(25일)까지 조금 두고 보자”고 말한다. 홍 대사가 이날 사퇴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자진 사퇴를 하든, 안 하든 어쨌든 홍 대사의 거취는 이날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정무관계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해 홍 대사 문제와 관련된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정무관계 수석회의는 홍 대사 거취까지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지만 이 회의는 사실상 홍 대사 교체 여부를 가름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홍 대사가 부임 5개월여만에 낙마할 경우 인사 검증 시스템의 문제점이 또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연말 홍 대사를 내정할 때 X파일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에 대선자금 문제를 검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자금 문제까지 갖고 있는 홍 대사가 최근 유엔 사무총장 도전 의사를 밝힌 것은 과욕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열린우리당의 기조도 신중론에서 강경론으로 선회하고 있다. 홍 대사가 사퇴만 하면 여권은 자유로우며 한나라당과 삼성의 책임만 남는다는 판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장영달 상임중앙위원이 홍 대사의 자진 사퇴를 거론하고 정세균 원내대표가 “진상규명이 역사발전을 위해 옳다”고 강조하는 데는 이런 흐름이 깔려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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