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MBC가 실명으로 보도한 소위 X파일의 내용은 홍석현 주미 대사의 1997년 대선 개입을 충격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불법적 도청자료에 의한 인격권 침해와, 공익과 알 권리의 문제를 둘러싸고 법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보도는 이를 무색케 할 만한 놀라운 사실들의 연속이다.
논란은 논란대로 두더라도 보도에서 쏟아진 홍 대사의 부도덕한 언행과 불법적 행적들은 주미 대사라는 막중한 공직 수행 능력에 치명적인 상처가 되기에 충분하다.
현직 언론사 사장으로서 그는 대선 후보들에게 직접 돈을 전달해 주거나 전달 과정을 지휘ㆍ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후보에게 대선 전략을 충고해 주고, 다른 후보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이 내용들은 언론사 사장으로서 그 무엇으로도 씻기 어려운 오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오욕의 스캔들을 안고 북핵 문제와 전환기 한미관계의 현장 책임자로 그가 어떤 활동을 펼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보도 내용을 부정할 극적인 해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공직자의 도덕성과 투명성이 엄격하게 강조되는 미국 사회에서 홍 대사는 사실상 업무 불능 상태를 면할 길이 없어 보인다.
홍 대사가 낳은 의혹과 파문에 대해서는 워싱턴 조야 역시 설명을 필요로 할 정도가 아닌가 싶다. 이미 홍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 출마의사를 표명하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성실한 대사로서의 직무 한계를 깨트린 바 있다.
이번 파문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의 수준과 냉철한 분별력으로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처리해 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선 수습하고 가야 할 것은 홍 대사의 대사직에 관한 명료한 결론을 정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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