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표절 이제는 안돼요!”
고려대가 이번 여름학기부터 자체 개발한 ‘리포트 표절 적발 검색프로그램’을 일선 강좌에 사용하기로 했다.
고려대는 25일 “학생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리포트 베끼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표절 적발 프로그램이 완성됐다”며 “공정한 성적평가를 위해 22일 종강한 여름학기부터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대 정보통신대 임해창 교수팀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지는 검색을 통해 똑같이 베껴낸 리포트만 아니라 일부만 수정한 리포트까지 적발할 수 있다.
일반 검색엔진이 문서 단위로 검색을 진행하는 데 반해 이 프로그램은 문장과 그 문장을 이루고 있는 주요 어휘까지 검색해 유사도를 측정하도록 설계됐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정보통신대 최성원(26) 연구원은 “한국어는 영어에 비해 어순이 자유롭기 때문에 단어 수준까지 검색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동일한 어휘 사용까지 걸러내야 표절여부를 정확히 적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용어 등 비슷한 단어가 많이 들어가는 전문분야 리포트일 경우 예상되는 ‘오인 판정’을 막기 하기 위해 주변 문장의 유사도까지 검사하게 된다.
최 연구원은 “한두 문장 정도는 우연히 높은 유사도 값을 가질 수 있지만 그런 우연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며 “프로그램은 그러한 리포트를 표절로 판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표절 관계는 적발해 낼 수 있으나 어떤 쪽이 베낀 리포트인지는 판별할 수 없어 결국 최종 판정은 사람이 직접 확인할 수 밖에 없다. 고대 김창배 교무처 차장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 마지막 단계에서 채점자가 ‘걸러진 표절 리포트’들을 비교ㆍ대조해 누가 어떤 리포트를 베꼈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 도입이 “학생과 교수의 신뢰를 깨는 비효율적 조치”라는 곱지않은 시각도 적지 않다.
최용범(27ㆍ경영학과 4년)씨는 “표절 문제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족보’가 나돌 만큼 매년 똑같은 시험문제와 과제를 내는 무성의한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교수와 학생 사이의 신뢰를 깨는 그러한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발표와 토론 중심의 선진국형 수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J모 교수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의 허점을 파악한 학생들이 새로운 ‘요령’을 만들지 않겠느냐”며 “더 지능적인 부정행위 수법만 양산하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고대는 이 프로그램이 전국 대학에서 널리 각광 받을 것으로 판단, 특허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