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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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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순이

입력
2005.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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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순에게서 느낀 즐거움은 역시 대사와 연기였다. 비속어도 써가며 정곡을 콕 찌르는 대사들이 짜릿하고 강렬한 효과를 느끼게 했고, 평범한 듯 독특한 표정과 몸짓들을 보면서 완성돼 가는 캐릭터를 마음껏 즐겼다.

연기를 위해 일부러 체중을 늘리고 “뱃살도 소도구로 생각했다”는 말은 실력파의 프로 근성을 알게 했고, 뚱뚱한 몸으로 몸짱의 세계를 엎어 친 역발상이 비주류나 마이너리티의 개가인양 통쾌함도 주었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그제 막을 내렸다. 그저 그렇게 시작돼 40%대의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단순히 한 드라마의 성공을 따지기 보다는 국민들에게 기쁨을 잔뜩 선사한 공로를 더 쳐주고 싶다. 삼순에게서 배우고 깨달을 것도 많았다.

그는 분명히 좌절하고 주저 앉고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 뛰어넘거나 극복할 방법을 찾기보다는 자기식으로 휘휘 저어 제껴버리는 성품인데, 여기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삼순이만의 창의적 방식이 한껏 발휘된다.

시청자들은 지혜와 용기,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의 방식이 저렇게 쉽게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들을 은연중 학습하게 되지 않았을까.

■숱한 두꺼운 책들이나 무게 나가는 격언들과 달리 웃고 즐기고 따라가다 저절로 알게 되는 메시지를 드라마는 잔잔하고 뭉클한 여운으로 남겼다. 끝내 결혼을 허락받지 못하고도 깨질 것이 두려울 정도로 행복하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이어가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났다. 역시 삼순이다운 해피엔딩이다.

장안의 해설가들은 경제불황으로 만연된 좌절감이나, 이기적 타산적 사회 풍토, 또는 회복될 기미가 없는 정치적 피로감 등을 연결하며 ‘삼순이 신드롬’에 대한 갖가지 문화사회학적 분석을 내놓을 것이다. 이 역시 기대된다.

■바람 잘 날 없는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 게 중요하다. 어렵고 힘든다고 해서 일거에 뛰어 넘어보려 하다가는 억지와 무리를 범하기 십상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정확한 눈과 마음, 진솔한 자세가 있어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제대로 보인다. 삼순이는 자신을 잘 알고, 원하는 것을 솔직하고 소박하게 추구해 해피엔딩을 이루었다. 어수룩하고 부족해 보이는 사람의 정직한 성공을 보는 것은 흐뭇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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